정부가 '킬러문항'이라고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초고난도 문항을 공개했다. 기존 교수에서 현장 교사 중심으로 출제진을 재편해 공교육에 힘을 싣고, 이를 통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26일 교육부는 최근 3년 수능과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문항 중 모두 22개의 킬러문항을 가렸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 1개, 2022학년도 수능 7개, 2023학년도 수능 7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7개 문항이 킬러문항으로 꼽혔다.

킬러문항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 들어가 사교육을 통해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거나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에게만 유리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 예시를 보면 최근 6월 모의평가에 수학 공통과목 22번 문항은 다항함수의 도함수, 함수의 극대·극소, 함수의 그래프 등 세 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돼 있어 공교육 학습만 받아선 풀이가 쉽지 않다.

국어 영역도 6월 모평에 나타난 '몸과 의식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다룬 지문의 경우 공교육 과정에선 쓰이지 않는 전문 용어가 사용됐고, 2023학년도 수능에 나온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는 과도한 추론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킬러문항으로 가려졌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의 '달러화의 기축 통화 역할', '브레턴우즈 체제'를 다룬 경제 지문은 높은 경제 영역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부 분석이다.

영어 영역에서도 다수 지문이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어려운 문장 구조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킬러문항이 됐다. 킬러문항에 대한 교육계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킬러문항으로 꼽힌 문제 중에서도 정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문제가 섞였다는 점에서 체감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정답률은 정량 지표로 참고로 활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교원단체들은 대체로 정규 교육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부 입장에 찬성을 표했다.

교육부는 킬러문항 배제를 시행하더라도 문제없이 수능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 교사들이 출제 기법 고도화에 참여해 현장 눈높이에 맞도록 걸러 가겠다. (난이도 논란에 대한)이 부분은 9월 모의평가 때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현장 교사 중심으로 꾸려진 '공정수능출제점검위원회'가 킬러문항 핀셋 제거의 역할을 맡고, 2025년 수능부터는 아예 출제진을 현장교사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뿐 아니라 현재 제보를 받고 있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국민 신고'를 운영하는 동시에 수능 전문 대형 입시학원의 허위 과장광고도 단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런 종합대책 시행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해 대통령실도 이날 "사법 조치가 필요하다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교육부에 힘을 보탰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