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의 일정한 협업을 통해 창작한 작품을 발표한 국내 작가 시인의 사례가 아직은 드물고, 해당 작품을 비평적으로 다루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지금 많은 전문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AI의 사고처리 방식에 대해 아직 흔쾌한 합의 상태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는 그들이 창작한 작품을 마치 인간이 쓴 것처럼 받아들이며 의인화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AI와의 협업을 통해 창작된 작품이 더 많이 읽히다 보면, 독자들은 그들이 창작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바라보는 특정한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형태의 장르를 연구하고 비평하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될 것이고 우리 문학의 다양성 또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 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창작자와 그렇지 못한 창작자 간의 차이 또한 분명히 발생할 것이다.
AI와 협업한 창작작품 탄생 필연
관련 장르 연구·비평도 형성될 것
"챗GPT, 첨단기술 표절 시스템"
얼마 전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는 많은 작가가 AI 챗봇을 통해 창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쩌면 창작 영역에서도 이 기술을 잘 활용해 결과를 효과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같은 직업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AI가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AI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일을 하는 직업을 말한다. 문학 영역에서도 이러한 기능에 대한 요구가 생겨날 것이고 그러면 AI 기술을 잘 활용하기 어려운 고연령대 작가들도 이들과 협업하여 자신이 원하는 특정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AI 기술로 인해 문화적 소외를 겪거나 작품 창작에 한계를 느끼는 창작자가 그렇게 많이 생겨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일을 대체할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이 개발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노엄 촘스키는 챗GPT에 대해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에 접근해 규칙성, 문자열 등에 기반해 문장을 만드는 첨단 기술 표절 시스템"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SF작가 테드 창 역시 "챗GPT는 웹에 있는 모든 텍스트의 흐릿한 JPEG로 생각해야 한다. JPEG가 고해상도 이미지를 유지한다 해도 100% 데이터를 줄 수는 없다"라고 하면서 현재 AI 챗봇 기술의 한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요컨대 이 기술을 통해 상당한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단계에서는 언어 시스템적인 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전문가들은 AI 챗봇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전통적 창작 방식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와 시인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이 앞으로도 AI 챗봇 기술에 대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이려고 할지는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다.
아직 언어면에서 한계 분명하지만
새로운 문학 존재론 토론가치 있어
이제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창작되는 작품이 만들어낼 새로운 독서의 가능성은 필연적 경로로 보인다. 이로 인해 형성될 새로운 비평적 관점도 충분히 기대해봄 직하다. 특별히 디지털 문화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들과 함께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환경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문학의 존재론에 대하여 토론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어쨌든 세상은 변한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