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갈 겁니다." 1961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0년 안에 인류를 달에 착륙시킨다는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의회 연설 중 선언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달 궤도는 고사하고 지구 궤도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시절일뿐더러, 우주선 건조에 사용될 재료조차 명확지 않은 때였다. 한 마디로 문샷은 황당무계한 계획이었다. 모든 게 작동하기 전까진 말도 안 되는 법. 그로부터 8년이 흐른 196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를 계기로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 사고를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이라 부르게 됐다. 달을 관찰하고자 망원경 성능을 개선하는 대신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moonshot)을 만들겠다는 사고다.
美 '문샷 프로젝트' 당시 황당무계
혁신적 사고 '문샷싱킹'이라 불러
지금 우린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한데다 복잡하고 애매한 이른바 예측불가의 복합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정답이 아예 없는 듯 보이는 문제와 주제로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다는 건 지난한 작업이다. 자칫 잘못 접근했다간 지형 변화를 넘어 조직의 생존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하여 전혀 다른 해결책이 모색돼야 옳다.
문제 해결 방식엔 두 가지가 있다.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며 해결책을 찾는 포캐스팅(forecasting)과 미래에서 현재로 다가오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백캐스팅(backcasting)이다.
포캐스팅은 미래가 지금까지(과거·현재)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방법론을 찾는다. 이른바 선형(linear) 사고다.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현재의 실적(통계)을 앞으로도 어떻게 유지·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가장 보편적 사고법이다.
반면 백캐스팅은 미래 특정 시점에서의 '바람직한 모습(goal)'을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그리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거꾸로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맞닥뜨릴 문제는?' '예상 소요시간은?' 등을 시기별로 단계를 나눠 기술·정책을 하나씩 탐색해 로드맵을 그려가는 사고법이다. 미래에서 현재로의 궤적을 그리는 역산(逆算)이다. 이런 백캐스팅은 기업(조직)의 업종·규모에 관계없이 다양한 조직에서 활용 가능하다. 특히 신규사업과 조직혁신, 작업방식 개선, 혁신적인 아이디어 도출 등 의도적인 변화와 근원적 혁신을 필요로 하는 주제나 영역에 적합하다.
지금은 예측불가의 복합위기 시대
미래 시점서 해법 찾는 '백캐스팅'
AI 태풍속 유효한 전략이 될 수도
"이 걸음은 한 인간에겐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한데 말이다, 인류의 달 착륙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실은 이 프로젝트를 현실로 옮기면서 사용한 방법이 바로 '백캐스팅'이다. NASA는 인간이 '달 착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다음, 이를 실현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를 역으로 하나씩 탐색해 나갔고, 그 결과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데 성공해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현재 인공지능(AI)은 우려와 희망이 뒤섞인 게임체인저가 됐다. AI는 자신은 물론 여타 분야의 기술 발전·확산을 부르는 태풍의 눈이다. 산업·경제를 필두로 국방·외교·안보 등 모든 영역에 휘몰아칠 기세다. 유사 이래 모든 혼란을 더한 것보다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예측불능의 미래지만, 미래는 하나가 아니다. 한국은, 기업은,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에 백캐스팅 사고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