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8년간 출생 미신고 영유아인 소위 '유령 아동'이 2천236명인 것으로 보고되었고 이에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청, 경찰, 지방자치단체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출생통보제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우선 미신고 영유아 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출생신고의 누락이나 허위신고로 인하여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국가의 입장에서도 출생한 영유아의 수 자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각종 지표에서 누락되어 통계정확도가 낮아지고 특히, 영유아기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적절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에서야 발견이 되는 경우도 생겨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잇따른 영아 시신 유기, 우연일까
국회 '출생통보제' 골자 법안 논의
여기서 우리는 출생통보제의 도입은 과연 '아동권리' 측면에서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찾게 해주는 발판으로 UN아동권리협약에서는 비차별의 원칙,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생명·생존과 발달의 원칙, 아동 참여의 원칙을 바탕으로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보장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영유아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타인의 학대나 유기, 방임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외에 유사한 법령이나 제도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다른 제도를 갖고는 있으나 부모의 자발적 신고 외에도 의료기관 등에서 출생통보를 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고 영국의 경우도 이처럼 부모가 신고하는 것과 아동의 출생지에서 통보를 하도록 하는 듀얼 시스템을 갖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경우에는 의료기관이 신고의무를 갖고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보호 받을 권리
미국·영국, 신고 듀얼시스템 갖춰
부작용 보완하며 사회적 합의를
출생통보제 도입 시 발생하게 되는 기대효과는 무엇이 있는가? 다양한 이유로 자녀의 출생을 신고하지 않았던 미혼부나 미혼모의 자녀와 부부관계가 유지되어도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보장에서 멀어져 있는 부모의 위기 상황에서 그동안은 부모가 원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어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도 아동이 마땅히 받아야 할 다양한 권리보장이 될 수 있으며, 유기나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과 같은 중대범죄를 막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하여 입양을 고려하거나 하는 등의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부모의 존재를 익명으로 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한 업무적 측면에서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지 행정기관이 아닌데 행정업무를 대신해야 한다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출생통보제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삶의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아동복지의 측면에서 이 제도를 바라보았을 때, 출생통보제의 도입은 바람직한 제도이고 코로나 사태 이후 가정 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바 부모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나 의료기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하여 출생통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도 의료진들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므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본 제도는 연관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시급성에는 부작용도 존재하기 때문에 차후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이를 보완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윤리의식이 발달한 사회이다. 그러나 2000년도 이후 급속한 디지털 산업화의 영향으로 세대 간 극명한 분리 현상이 나타났고, 가정은 해체되고 있으며, 혼밥이 유행처럼 번지는 소통 부재와 미성숙한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인해 사회적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 정부가 출생률을 걱정하며 각종 지원금과 정책을 쏟아내는 시점에서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명규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