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시스템은 먹통이고, 수능 코앞에 '킬러 문항' 배제라니요. 현장 혼란 뒷수습은 온전히 교사들 몫입니까."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갖가지 이슈에 수난을 겪고 있다. 정부의 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을 수습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 도입된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가 먹통과 오류로 얼룩지며 이를 수습하느라 수업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어서다.
행정·제도문제 잇따라 터져 멘붕
불만 사례 접수하느라 '동분서주'
수업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 못해
28일 화성시의 한 중학교에 근무 중인 A교사는 4세대 나이스가 개통한 지난 21일부터 밀려드는 불만 사례를 접수하느라 쉴 틈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주 과목 외에 나이스 등 학교 행정 시스템 운영을 도맡고 있다.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나이스에서 답안지(문항정보표) 유출 문제가 불거져 부랴부랴 답안 순서를 바꿀 것을 동료 교사들에게 요청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날까지도 접속이 튕기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한 채 오류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 하루 만에 기말고사 출제 문항 순서를 바꿔달라고 요청하느라 진땀을 뺐다"면서 "이날도 접속하면 튕기는 식의 오류가 반복되고 있는데, 하필 교육부가 학기 중에 시스템을 시작해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성적뿐 아니라 출결과 특기사항 등을 담는 생활기록부를 방학까지 완성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오류와 먹통을 오가는 지금의 나이스를 통해야 가능한 일인 점에서다.
앞서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술렁이는 학교 분위기를 수습하고, 돌봄 업무까지 떠안고 있던 교사들은 나이스 사태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김포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1학년 학생 돌봄 시범 사업인 '에듀케어'를 맡느라 학기 시작부터 행정업무에 모든 걸 쏟았는데, 나이스 문제로 통지표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성남시 소재 고등학교 교사 C씨는 "수습을 하려 해도 킬러 문항에 대한 논란은 학교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이러면서 답안지뿐 아니라 수행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와 엮인 나이스까지 문제가 되니 수업이 이제는 우선순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세대 나이스와 관련해 5천건에 육박하는 사용자들의 개선 요구가 교육당국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