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란(40)은 여자 역도 최중량급(75㎏+)에서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모두 석권한 '그랜드슬래머(grand slammer)'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실패 논란을 빚은 중국 선수에 뒤져 은메달에 그쳤으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을 들어 올려 시상대 맨 위에 섰다. 2위 선수와 49㎏이나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기록이다. 2005~2009년 세계선수권을 4차례 석권해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초등생 때 엄마 권유로 바벨을 잡았다. 아버지는 역도, 어머니는 육상선수 출신이었다. 여동생과 남동생도 입문해 3남매가 역도 선수생활을 했다. 여자아이가 바벨을 드는 게 창피해 일주일 동안 밥도 먹지 않고 버텼으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원주에서 나고 자란 장미란은 2007년 고양시청 역도부에 입단하면서 경기도와 인연을 맺었다. 든든한 재정 지원으로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하면서 이듬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세계 선수권을 제패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2007년 광주 전국체전 도 대표로 출전해 3관왕에 오르면서 경인일보 체육 대상을 받았다. 2009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고양시는 한국 역도의 메카가 됐다.
이름을 딴 애칭 '로즈란(장미(Rose)란)'이라 불리며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정신력이 강하고 명석하며 말도 잘해, 여러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현역 시절엔 국위를 선양했고, 은퇴해서는 꾸준한 선행으로 존경받는다. 2012년 '장미란 재단'을 설립해 비인기 종목 선수와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하고 사회 배려 계층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힘센 누나'가 공부도 열심히 해 용인대 체육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
장미란이 29일 단행된 인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깜짝 발탁됐다. 정책홍보와 체육·관광을 담당하는 자리다. 엘리트 스포츠인 출신으로는 2013년 '사격의 전설' 박종길과 2019년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수영)에 이어 3번째다. 이날 하태경 의원은 "굉장히 잘한 인선"이라며 "(차관) 자격은 충분하며 인품도 굉장히 좋다"고 평가했다. '역도 영웅'에서 체육 행정가로 변신한 장미란을 응원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