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230630_145142100
찬수네 방앗간 김종린(68) 사장은 "'참기름이 맛있다'고 말하는 손님들을 계속 만나기 위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3.7.2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신기시장에 들어서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향긋하게 진동을 한다. 신기시장 터줏대감인 '찬수네 방앗간'에서 나는 냄새다.

신기시장 초입에 있는 찬수네 방앗간은 1982년 문을 연 이후 40여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은 방앗간에 있는 손때 묻은 기계들은 그간의 세월을 보여준다.

고춧가루·기름 장사 기본 '신뢰'
신선하고 향 오래가 단골 만족
아들 찬수씨에 물려주고 도움


주인장인 김종린(68)씨는 40여 년 동안 매일 시장에 출근해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충청도 방앗간'이란 이름이었지만, 매일 아들을 업고 장사하는 모습을 본 손님들이 '찬수네'라고 부르면서 아들 이름을 방앗간에 붙였다고 한다.

40여 년 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잘 팔리는 물건도 많이 바뀌었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그는 "과거에는 인천지역에 피난민들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처음 방앗간을 운영할 당시에는 피난민들이 주로 먹는 녹두를 갈아달라고 가져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에는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참기름이나 고춧가루뿐 아니라 여러 곡물, 고추장·된장 원료 등을 사가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40여 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 오면서 김씨는 아직도 옛날 방식으로 매일 아침마다 기름을 짜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참기름은 산화하기 때문에 아침에 만든 제품을 그날 안에 모두 판매해야 사 가는 사람들도 만족한다"며 "지금도 단골손님들은 '대기업 공장에서 짜낸 참기름보다 고소한 향이 오래간다'며 우리 가게 참기름을 이용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KakaoTalk_20230630_145128090
미추홀구 신기시장에 있는 찬수네 방앗간.

세월이 흐르면서 김씨가 처음 시장에 자리 잡았던 1982년부터 장사를 하는 상인은 이제 3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도 이제 가게를 아들인 찬수(40)씨에게 물려주고 가게 운영을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고춧가루나 기름 장사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단골손님을 많이 유지할 수 있다"며 "다른 재료를 섞지 않고 정직하게 기름이나 고춧가루를 판매만 하면 된다는 점이 아들에게도 잘 맞을 것 같아 가게를 물려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대기업에서 만든 참기름이나 고춧가루를 사 먹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손님들이 자신이 짜낸 참기름을 원하는 날까지 계속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아들에게는 70살이 되면 가게에 그만 나오겠다고 말했지만, '참기름이 맛있다'고 말하는 손님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일 가게에 나와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2023063001001206600057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