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한국 인터넷 사이트 이용 제한에 이어 최근 해외 국가, 기관, 개인 활동 전반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령을 시행하면서 교민사회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우리나라 관문 도시인 인천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발 경제 보복으로 관광업계와 수출 비중이 높았던 제조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자국 안보, 국익과 연관된 정보를 수집·교환 시 처벌하는 반간첩법(방첩법·개정)과 외국이 중국 주권,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하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외관계법(제정)을 시행하고 있다.

국익 연관 정보 수집·교환시 처벌
주권·안보 위협땐 조치… 이달 시행


두 법안 모두 개정 전이나 기존에 비슷한 성격의 법령과 비교했을 때 안보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모호한 규정 탓에 중국이 자국민, 교민, 외국인, 여행객 등을 상대로 교류 등의 행위를 제한하고 경제 보복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5월부터는 중국 내 네이버 접속이 일부 차단됐다.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김모씨는 "교민사회는 물론, 중국 현지에서도 (중국 당국의) 일련의 조치들을 대내, 대외적인 교류를 제한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로 보고 있다"며 "미·중 패권 경쟁에 한중 관계까지 심상치 않다 보니 또다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많은 교민이 한국 기업에 근무하거나 협력사를 운영하기 때문에 경제 보복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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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한 가운데 공사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국방부는 이날 사드 기지 정상 운영 막바지 준비를 한다고 발표했다. 2023.6.22 /연합뉴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천의 경우 한중 사드 갈등으로 크루즈 기항이나 항공편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특히 인천항은 중국발 크루즈가 전체의 80%를 차지했던 만큼, 중국의 경제 보복에 따른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중국 수출 비중이 컸던 화장품 제조업, 중간재 부품업체 등은 경영난을 겪었다.

규정 모호탓 경제보복 등 악용 우려
'사드 직격탄' 지역 기업들 예의주시


일각에서는 현지에서 우려하는 만큼의 경제적 규제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개방에 따른 내부 결속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경제적 규제를 가하기에는 중국 내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톈진에서 20여 년간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교민 이모씨는 "네이버 차단 등은 최근 부쩍 늘어난 한국과의 문화적 교류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며 "제재를 강화할수록 한국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한인사회가 위축되는 악영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현재 경기 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서 과거 사드 때와 같은 강력한 경제 보복을 할 수 있는 여력은 부족하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