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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석학 데이비드 콜먼이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을 "저출산으로 사라지는 세계 최초의 국가"로 지목했을 때가 2006년이다. 당시 한국의 합계출산율 1.132명은 전년(1.085명)에 비해 미미하나마 증가했다. 그런데도 제1호 인구소멸국가로 지목됐으니 나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 즈음부터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려 막대한 재정을 편성했다. 지난 16년간 쏟아부은 돈이 280조원이란다. 그 결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 마침내 세계 꼴찌를 달성했다.

콜먼 교수가 보다 못했는지 지난 5월 한국을 직접 찾아 경고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의 국제 심포지엄 강연에서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2750년에 국가가 소멸되고, 일본은 3000년까지 사라진다"고 했다. 콜먼은 문화, 복지 등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는데 특히 비혼 출산의 포용을 강조했다. 출산의 30% 이상을 비혼 출산으로 채우지 않았다면 어떤 선진국도 (합계출산율) 1.6 이상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출생통보제 관련법이 재적의원 반대 없이 통과됐다. 출생신고 안 된 영아 2명의 사체가 냉장고에서 발견된 사건이 발생하자, 계류 중이던 법을 허겁지겁 서둘러 통과시켰다. 감사원 조사로 드러난 출생 미신고 영아 2천여명 중 1%인 23명 아기의 안전을 현장 확인한 결과 드러난 충격적 사건이었다. 병원 출산 기록과 행정기관 출생신고를 연동시키는 당연한 법안이 지체된 이유를 몰라 화가 치민다.

하지만 출생통보제가 복지사각지대의 유령아기를 다 구할 수 없다. 출생신고가 부담스러운 산모가 병원 출산을 기피할 수 있어서다. 보호출산제 입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산모의 익명 출산을 보장하고 아기는 국가가 양육하는 제도다.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부모의 양육포기를 조장하고, 아동의 친부모 확인 권리를 박탈하는 인권유린이라는 반대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그래도 아기의 안전한 출생과 성장보다 우선할 수 없다. 섬세한 보완을 거쳐 서둘러 입법해야 한다.

모든 신생아는 사회와 국가를 지속시킬 시민이자 국민이며 인재의 보고이다. 모든 형태의 출산을 차별 없이 축복하고 키워내는 문화적 대전환, 사회적 대각성 말고는 인구소멸국가를 면할 방법이 없지 싶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