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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22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거대양당의 구태와 정당 간 이합집산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총선이나 대선을 앞둔 탈당과 분당, 합당 등을 통한 연합정치의 과정은 자연스러운 정치현상이다. 문제는 정치현상의 하나로서 정당체제의 분화가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전개될 때 정치의 왜곡과 결절의 정도는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거대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기 위한 제3지대 정당 논의가 또 하나의 정치공학 차원에서 전개된다면 이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제3정당론은 어떠해야 하는가.

한국정당체제의 극단적 대치 구도로는 정치의 본령을 다 할 수 없음은 물론, 정치가 오히려 사회의 해악으로 등장하는 극한적 상태에 와 있음은 충분히 인지되어 있다. 일제로부터 벗어난 공간에서의 좌우익의 대립, 정권을 연장하고 유지하려고 반정부 인사들을 '빨갱이'로 몬 반공주의와 안보 논리에 기인한 이념 논쟁 등을 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직접적 원인은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의 촛불과 태극기의 충돌,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의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이 가져온 보수의 상실감 등이다. 2019년의 조국사태는 이에 화룡점정을 찍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유가 어떻든 지금의 대치구도와 정치의 양태는 국민이 인내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었다. 그래서 제기되는 이슈가 제3지대론이다. 제3지대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정치에서 선거가 임박하면 예외없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1992년의 통일국민당, 1995년의 자유민주연합, 2016년의 국민의당 등이 좋은 예이다. 이들 정당이 나름 성과를 거두고 양대 정당체제에 경종을 울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선이 끝나거나 대선 과정에서 양대 정당에 흡수됨으로써 오히려 거대양당제의 위력만을 실감나게 한 정치적 경로를 밟아왔다. 


다가오는 총선, 정당간 이합집산 등 예상
문제는 극단적 대치구도·정치왜곡 심화


그러나 이번의 제3정당론이 의미심장한 것은 정당과 정치가 아무런 해결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회와 정당의 권력 탐닉과 정치라는 영역이 갖는 지대추구가 정상적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치는 사회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의기구를 빙자한 권력집단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제3정당론은 중도층과 정치고관여층의 욕구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철학과 지성이 전제되지 않는 제3정당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언술일 줄 모르나 양대 정당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결집하여 국회 입성만을 노리는 기존의 정치문법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강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간의 제3지대 정당들의 경로의존성이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선거제도의 개정, 국회의원 수 감축, 불체포특권의 폐지 등이 정치의 본령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정치의 병증은 가볍지 않다. 물론 제도적 혁파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의원직과 정치영역이 갖는 특권 및 기득권에 편승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제3정당, 제4정당이 나와도 권력과 사익 탐닉에 특화된 사악한 정치를 바꿀 수 없다.

국민 피로감 한계치… '제3정당론' 제기
기존 정치문법 깰수있는지 '성공의 관건'


이러한 의미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제3지대론은 실망스럽다. 기존 정치문법에 익숙한 정치인들이 주축이 되고 거대 정당에 대한 공세와 비판에만 근거한다면 기존 정치의 혁파라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지역기반과 대중정치인의 인지도는 물론 중요하다. 정치현실에서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대선주자급의 정치인이 없으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정치와 권력정치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는 제3정당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일 수 없다.

결국 현재의 기득권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외관상의 다당제가 아닌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의 본질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이는 정치제도의 문제를 넘는 철학과 성찰의 문제다. 이러한 당위가 내장되지 않은 실험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정치문법을 여하히 깰 수 있느냐가 제3정당론의 관건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