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가장 더운 날을 가리켜 삼복(三伏)이라 한다. 삼복은 여름철의 중요한 세시풍속인데, 복날은 하지와 입추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이요, 중복은 네 번째 경일이며, 말복은 입추로부터 따져 첫 번째 경일이다. 그런데 보통 10일 간격이어야 하는 말복이 중복으로부터 20일 간격으로 벌어질 때 이를 월복(越伏)이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일은 날짜와 시간을 정하는 육십갑자 가운데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등 10개 천간의 하나인 경을 말하는 것이니 보통은 복날이 열흘 간격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10개의 천간(天干) 중에서 경일을 복날로 정했는가. 이것은 동아시아인들의 의식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음양오행 사상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세계를 음과 양, 그리고 '목화토금수' 다섯 가지 기운으로 파악하는 것이 음양오행인데 이 다섯 가지의 기운은 서로 상생(相生) 혹은 상극(相剋)의 관계를 이룬다. 가령 목생화(木生火) 즉 나무의 기운은 불 기운을 살려주니 나무와 불은 상생관계다. 반면 화극금(火克金) 즉 불기운은 금 기운을 이기니 불과 금은 상극 관계에 있다. 경일을 복날로 정한 것은 불 기운이 가장 왕성한 여름철, 불과 상극 관계에 있는 양금(陽金)인 경이 불 기운에 눌리는 날이기에 복날로 정해진 것이다.
삼복의 세시풍속으로는 중국 주나라 때부터 전승되어 오던 충재(蟲災)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해충을 방제할 목적으로 개를 잡아 4대문에 걸어두었다고 하며, 복날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여기서 유래했다. 요즘은 개고기 대신 삼계탕이나 오리탕·민어탕이 대세이며, 제호탕은 복날의 대표적인 음료로 꼽힌다. 1주일 뒤면 초복이다. 초복 전인데도 기록적 폭염으로 전국이 가마솥이다.
수도권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등 벌써부터 폭염이 기승인데 여름철 보양식인 오리·닭 등의 가격이 많이 올라 걱정이다. 또 전력난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냉방온도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공무원 등 공공기관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질뿐더러 시민들의 불편도 크다. 기온이 높을 때는 도서관이나 민원실 등 공공청사 냉방 온도 제한을 풀고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삼복더위를 잘 이겨내면 좋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