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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57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이다.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 방지와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의 국제적 협력이 목적이다. 핵물질 안전기준을 만들고 관리하는 국제 공인기구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가입 64년 만에 한국이 의장국에 선출됐지만, 훨씬 전부터 국민에겐 북핵 문제로 익숙했던 기구다.

IAEA는 1991년 북한 핵시설을 사찰한 뒤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했다. 북핵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연 것이다. 미군 전술핵무기 철수를 결정한 한국과 미국은 경악했고, 북한의 핵무장 저지를 위한 외교전이 시작됐다. 북한은 경수로 원전 등 대가를 요구했고, 한·미는 IAEA의 사찰이 먼저라고 맞섰다.

북한은 1994년 IAEA를 탈퇴했고, 2006년에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데탕트 외교로 IAEA의 영변 핵시설 사찰이 재개된 적도 있지만,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핵무장국이 됐다. 비록 30년 북한 비핵화 외교는 허구로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IAEA는 한국과 자유진영의 대북 압박수단으로 각인됐다.

IAEA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찬반으로 분열된 한국 정치판 한복판에 등장했다. 4일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이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사람 및 환경에 미칠 방사능 영향은 "극히 미미"하고, 한국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준"이라 했다.

야당의 친일 공세에 시달린 정부와 여당은 반색했고, 민주당은 "깡통 보고서"로 규정했다. 불안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정부·여당이 IAEA를 천군만마로 환영하는 꼴이 한심하다. 국제기구의 공신력을 깡통으로 매도하는 민주당의 억지는 부끄럽다. 민주당은 IAEA의 발표 내용을 예상한 듯 사전에 IAEA 격하 공세를 펼쳐왔다. '분담금을 의식해 일본 입장을 반영한다'는 논리였다. 민주당의 친일 논리라면, 다짜고짜 깡통 운운할 게 아니라 친일 국제기구인 IAEA 탈퇴투쟁에 나서야 맞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IAEA의 안전성 검토는 방류 단계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30년 방류 기간 동안 상주하면서 방류수의 안전성을 감시하겠다는 얘기다. 여야가 IAEA의 일본 핵오염수 사찰에 참여하고, IAEA 사찰을 감시할 방안에 집중하는 선에서 타협해야 맞지 싶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