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본다면 성소수자를 마냥 불쌍한 존재로 치부하거나, 징그럽다고 손가락질하는 건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타자화'하는 시선이 전제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사이에서, '무지해서 혐오로 이어지는 것'과 '악의를 품고 혐오하는 것'을 구분하는 건 어쩌면 의미 있는 첫 걸음의 시작일 수 있다. MTF('Male to Female' 생물학적 성별은 남성이나 성 정체성은 여성인 사람)로 정체화한 누군가의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차근차근 담아낸 어느 에세이 한 편이 첫발을 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신작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의 저자 박에디는 트랜스 여성이다. 현재 인권 활동가로 활동하는 그는 군필·기독교인·바리스타 등 흔한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면서도, 한편으로는 MTF라는 소수자 정체성으로 대표되고 있다.
저자는 MTF로서 마주하는 편견 때문에 나오는 역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저 차분하게 일상과 생각을 전한다.
그는 "먼저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나는 한 번도 스스로를 남자라 생각한 적이 없고, 바비 인형을 좋아했고, 치마를 입고 싶었는데 엄마가 못 입게 했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지옥 같았고 살고 싶지도 않았어요. … 지금은 성별정정에 성공해 행복한 삶을 마주하고 있어요'"라고 서두에서 강조한다.
250쪽가량 분량으로 MTF의 인생을 진솔하게 기록한 에세이 '잘하면 유쾌하게 할머니가 되겠어'. 저자는 트랜스 여성으로 정체화를 한 뒤 성전환 수술을 거치며 겪은 회복 과정 등 긴 여정을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낱낱이 드러내는 저자는 사회가 그려내는 전형적인 트랜스 여성의 모습은 우리의 진짜 삶이 아닐뿐더러,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