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고살고 글쓰고┃김현진·이원석·이서수 외 6명. 빛소굴 펴냄. 212쪽. 1만5천원
"카드 연체에 시달리고 대출 이자를 갚고 하루 8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 것인가'는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생계만큼 작가의 발뒤꿈치를 무는 뱀이 어디 있을까. 자꾸 뒤돌아보게 만들고 종종걸음 치게 만들고 밥도 편히 못먹고 잠도 편이 못자게 만든다."(시인 이원석)
생업-창작 병행 어려움에 '글쓰는 삶' 진솔하게 풀어
원고 노동자·바리스타·요가 강사등 9명 다양한 직업
현실 굴하지 않는 창작을 위한 실질적 자기최면 안내
책 '먹고살고 글쓰고'(빛소굴 刊)는 '일하며 글쓰는 이들에게, 일하며 글쓰는 작가들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그럼에도 써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즉 생업과 창작을 병행해온 작가들이 현재 어려움을 겪는 예비 작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 나오면 어떨까?' 고민하던 '1인 출판사' 대표(대표이자, 편집자, 북디자이너이자, 마케터이자, 경리부 직원이자, 영업부 직원)가 기획한 책이다.
편집자는 '말해주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라는 조건을 달아 9명의 작가에게 원고를 청탁했고, 9명의 작가는 자신의 '글 쓰는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그야말로 진심을 다해 들려준다.
김현진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어도 먹고살고 글 쓰는 삶의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서수는 '등단' 이후 오랜 기간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로 일하며 장편 소설을 준비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처음 작품을 펴내기까지 5년간을 되돌아보며 독자에게 소설 쓰는 마음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송승언은 문학 출판사의 편집자이자 시인인데, 출판업계 종사자로서 원고 노동자의 암울한 현실을 낱낱이 밝히면서도 '행복한 글쓰기'에 대한 가능성을 꿈꾸게 한다.
김혜나는 소설을 쓰며 안 좋아진 건강을 회복하고자 요가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소설 쓰기와 요가 강의가 직업이 됐다. 창작하며 자신의 몸을 바로 세우고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해선 안 됨을 이야기한다. 정보라는 가슴 아픈 유년시절의 이야기와 함께 막 시작하는 초보 작가에게 건네는 실질적 조언을 들려준다.
전민식은 다양한 일을 하며 글을 쓰고 대학에서 강의한다. 그가 수목장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소설의 형식으로 담아냈다.
조영주는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를 거치며 작품 활동을 하기까지 카페 바리스타 일을 해왔다. 그 기간 동안의 일과 소회를 진솔하게 그렸다. 김이듬은 '책방이듬'을 운영했다. '죽은 시계를 차고 다닌 일 년'이라는 글을 실었다.
이원석은 시를 쓰고 주짓수를 가르친다. 현실에 굴하지 않고, 아니 현실을 긍정하며 '대작가'가 되는 날까지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기 최면 방법을 재치 넘치는 글로 안내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