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굴업·덕적도 해역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기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인천 해안 침식과 해저 지형 변화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녹색연합은 6일 성명을 발표해 "인천 옹진군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바닷모래 채취 신규 허가를 하기 전에 그동안의 해사(海沙) 채취로 인한 해저지형 변화에 대해 우선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옹진군과 인천해수청은 굴업·덕적도 해역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위한 해역이용영향평가를 협의하고 있다. 앞서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는 이 해역에서 5년간 총 2천968만1천㎥의 모래를 퍼내겠다고 옹진군에 신청했다.

골재업계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선갑도 해역에서 1천785만㎥의 모래를 퍼내는 등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인천 앞바다에서 3억㎥ 이상의 모래를 채취했다. 이는 400㎞가 넘는 경부고속도로 위에 폭 27m, 높이 27m 크기의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양이라고 인천녹색연합은 설명했다.

인천녹색연합, 허가전 모니터링 촉구
무분별 퍼낼땐 해변 모래 유실 심각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는 해저 지형에 변화를 준다.

경인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립해양조사원으로부터 받은 2017~2021년 선갑도 해역 수심 측량 자료를 인하대 이관홍 해양학과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바닷모래 채취가 이뤄진 선갑도 인근 9.5㎢ 해역의 2020~2021년 평균 수심은 전년보다 0.3m 깊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6월 20일자 6면 보도=해사 채취 중인 선갑도 해역 수심 6m 침식 '생태계 파괴').

2017~2020년 4년 동안 해당 해역에서 평균 0.1m 침식될 정도로 수심 변화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2020~2021년) 사이에 수심이 매우 깊어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바닷모래 채취가 진행된 선갑도 해역 주변의 대이작도 작은풀안·큰풀안해변을 비롯해 자월면·덕적면 해변은 모래 유실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영종도와 대부도, 강화군의 볼음도 해안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안침식이나 해저 지형 변화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사업자가 아닌 행정 기관에 의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