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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화성시 향남읍의 한 장례식장에 베트남 청년 노동자 故 당꾸이쭝(32)의 빈소가 차려진 모습.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4년 전 겨울, 베트남을 떠나 낯선 한국 땅을 밟은 이주노동자 당꾸이쭝(32)이 숨진 건 지난 3일 저녁 8시께. 화성시의 한 택배 물류터미널에서 택배 상자를 옮기다 상자 안에 있던 우레탄 폼 제품이 폭발해 터진 용기가 그의 가슴을 때렸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4년 전 한국 온 이주노동자 당꾸이쭝
화성 물류터미널 택배상자 제품 터져
가슴에 맞고 심정지 상태로 못 깨어나

5일 오후 8시께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화성 향남읍의 한 장례식장. 상복 차림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던 유족 김진항(60)씨는 "어제(4일) 새벽 자고 있다가 급하게 사망 소식을 듣고 나왔는데, 아직도 숨진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며 "그날 낮에도 평소처럼 웃으며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었는데 마지막 인사일 줄 알았다면 그대로 끊지 않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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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당꾸이쭝(32)의 살아 생전 모습.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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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화성시 향남읍의 차려진 故 당꾸이쭝(32)의 빈소에서 그의 유족인 김진항씨가 당꾸이쭝 생전에 그와 휴대전화 번역 애플리케이션으로 대화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유족이자 동네 이웃으로 김씨가 전한 고인의 생전 삶은 풍파가 짙었다.

시흥시 정왕동의 한 주택 원룸에 둥지를 틀고 공장 생활에 녹아들 무렵인 2년 전쯤, 대형 커터기로 나무를 자르다 그만 기계에 왼쪽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는 대형 사고를 맞고 만다. 검지와 중지가 잘려나가는 등 크게 다쳐 응급 수술을 받고 접합한 그의 손가락은 사고 직전만큼 자유롭지 않았다고 한다.

커터기 쓰다가 왼쪽손가락 잃은 사고
얼마간 생계 잃으며 생활고까지 겹쳐
9월에는 한국생활 접고 고향 갈 계획
"손가락 못써 찾은 택배일 악재일 줄은"

해당 물류터미널 무대응 일관
생전 도움 베푼 김진항씨 "원인 찾을것"


사고로 얼마간 생계를 잃으면서 생활고까지 겹쳤다. 한국말이 서툰 고인을 대신해 김씨가 그의 원룸 전기세, 난방비 등의 수납을 맡았는데, 최근까지 밀린 공과금에 대한 독촉 전화가 집주인한테 왔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큰 사고를 당하고 병원 신세를 몇 달간 지면서도 본국에 홀로 계시는 노모를 위해 일터로 돌아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그였지만, 늘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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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당꾸이쭝(32)의 살아 생전 모습. /유족 제공

당꾸이쭝은 오는 9월 4년여간의 한국 생활을 마감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려 했다. 호찌민에서 택시기사 생활을 하고 싶다던 그의 작은 바람은 이제 이룰 수 없게 됐다. 김씨는 "사고 이후 손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소일거리를 찾느라 애를 써 지금의 택배 일을 택한 건데 죽음의 일터가 될 줄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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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당꾸이쭝(32)의 살아 생전 모습. /유족 제공

경찰은 폭발한 우레탄 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고인이 일한 물류터미널 측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원인 규명은 난망하다. 김씨를 비롯해 남은 유족들은 고인을 위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물류 현장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물류터미널측이 아직 유족 측에 어떠한 사과 입장은 물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락도 없는 사업장이 괘씸할 뿐이다. 하지만 원인을 찾고 싶고, 사과를 받고 싶다"면서 "한 줌 재가 될 아이를 본국으로 그래야 돌려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