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근대적인 도선제도가 도입된 1915년 이후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도선사가 탄생했다.
해양수산부는 도선수습생 선발시험 최종합격자 26명 중 여성 도선수습생 구슬(37)씨가 포함됐다고 9일 밝혔다.
도선사는 각 항만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각 항만마다 조수간만의 차, 해저 지형, 바람과 물살, 지형지물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항만을 잘 알고 있는 도선사가 배치돼 선박의 입출항을 돕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도선법에 따라 외항선엔 도선사가 탑승하도록 하고 있다.
도선사는 정해진 해역에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선박에 탑승해 입항할 때까지 선박을 운항한다. 특히 선박이 접안할 때는 본선과 연결된 예선의 움직임을 지휘하면서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도선사는 선박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
도선수습생 선발시험은 6천t이상 선박의 선장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다. 선장이 되기까지 기간도 있기 때문에 최소 승선 경력 10년 이상은 필요하다.
수습생 합격명단에 구슬씨 포함
외항선 탑승해 안전하게 접안 도와
우리나라에 도선제도가 도입된 지는 100년이 넘었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근대식 도선제도가 도입됐다. 초기엔 일본인이 도선사 역할을 맡았다. 일제로부터 정식 면허를 받은 한국인 최초의 도선사는 인천항에서 활동한 유항렬 도선사다. 해방 이후 첫 국가공인 도선사는 배순태 전 흥해 회장이다. 배순태 전 회장은 1974년 인천항 갑문에 완공됐을 때 처음으로 선박을 통과시킨 도선사로 기록돼 있다.
도선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성 도선사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선박에 여성을 태우는 것을 꺼리던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또 도선사 특성상 오랜 기간 외항선을 타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 해기사들의 출산·육아 등으로 도선사 응시 자격을 충족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2018년 이전에는 5년 이상 선장으로 근무했어야 응시자격이 주어졌다. 2018년 법 개정으로 도선사 자격이 완화되면서 여성 도선사 탄생이 조금 빨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6개월 실무 경험 쌓고 면허 시험
"국내 첫 여성 선장… 도선구 배정"
이번 도선수습생 최종 합격자의 평균연령은 45세이며 최연소 합격자가 37세, 최고령 합격자가 59세다.
합격자는 이달 중 본인이 근무하게 될 항만을 배정받고, 해당 도선구에서 6개월간 200회 이상 도선 실무 수습을 받는다. 내년 초에 실시하는 도선사 시험에 합격하면 도선사 면허를 정식으로 발급받게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에 도선수습생 시험에 합격한 여성은 국내 최초의 여성 선장이기도 하다"며 "이번 주 중으로 합격자들의 희망 도선구와 성적 등을 토대로 수습활동을 하는 도선구를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