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성인 여자 월드컵 우승 이후 여자 축구 최강팀으로 군림하던 미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17년 4월 FC 댈러스 남자 유소년팀과 연습 경기를 가졌다. 우승 주역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2-5 대패였다. 15세 이하 소년 팀에게 여자대표팀은 속수무책이었다. 한때 여성 테니스계를 지배했던 윌리엄스 자매도 세계 랭킹 200위 이하 남자 선수는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막상 203위 남성 선수와 대결이 성사되자 세레나, 비너스 자매는 속절 없이 패배했다.
남녀의 체력과 운동능력은 격차가 크다.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기준으로 성인 여성은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아이와, 운동 선수급 여성은 남자 중학생과 신체 능력이 비슷하단다. 남녀의 신체능력 차이는 유전이라 극복할 방법이 없다. 한때 여성 호신술이 유행하자 전문가들이 더 큰 위험을 우려한 것도, 압도적인 남녀의 힘 차이 때문이다. 넷플릭스 운동예능 '피지컬 100'에 남녀가 운동으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냐는 비판과 의문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녀의 신체능력 차이로 모든 문명권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금기였고,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었다. 서구의 남성은 여성을 지키려 칼을 뽑았고, 동양은 여성을 규방에 가두었다. 여성들은 보호받는 대신 인권을 잃었다. 신체능력의 차이를 제도로 보완해 여성이 인권을 쟁취한 건 근·현대의 일이다.
최근 남성의 여성 폭행 사건이 잇따른다. CCTV가 기록한 폭행 장면은 무자비하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는 이미 실신한 피해 여성을 짓밟았다. 의왕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성폭행 의도가 인정됐거나, 시인했다. 최근엔 건장한 보디빌더가 주차 시비를 벌이다 연약한 주부를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침을 뱉은 장면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샀다. 자기 몸의 절반도 안되는 피해여성에게 쌍방폭행을 주장한다니 어처구니 없다.
여성들은 낯선 남자와의 고립이 두렵다며 집단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지능형 CCTV 설치 등 대책이 쏟아지지만 시간과 돈이 문제다. 법원의 엄벌이 절실하다. 월등한 신체능력도 흉기다. 남성의 여성 폭행은 유전적 흉기 범죄로 인정해 가중 처벌해야 한다. 남녀 평등은 신체능력의 격차까지 제도와 문화로 수렴해야 진정성을 갖는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