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발언이 일파만파다. 주말 사이 양평 읍내 곳곳에 정상추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린 가운데 지역 정계와 군민들이 격하게 반발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현지에선 '김건희 여사 가족에 대한 특혜 의혹 때문에 지역 숙원사업이 무산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와중에도 여·야는 책임을 떠넘기면서 공방의 수위를 높여 빈축을 샀다. '지역과 주민이 아닌 자신들의 득실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휴일인 9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찾아 사업 중단에 따른 입장을 발표했다. 전 군수는 김건희 여사 가족 특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에 숙원사업인 고속도로 사업의 정치 쟁점화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던 양평군민과 군수인 저는 양평군에 IC가 없는 예타안으로 회귀하는 것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원안 추진안에 반대했다. 여기엔 군청 공무원들과 도의원, 군의원 등 지역 관·정계가 총출동했다. 민주당 양평당협위원장도 지난 8일부터 정상 추진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군민들의 절박한 외침에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하는 양상이다. 여·야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며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특혜 괴담 선동으로 군민들의 염원은 물거품이 됐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또 강하 IC 인근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땅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맞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장관이 기분 나빠 일을 때려친다,' '피해자 코스프레', '무책임' 등 총공세를 펴면서 처음 계획대로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태를 보는 시각도, 해법도 여야가 서로 달랐다.

서울·양평고속도로가 백지화되면 하남과 광주 등 노선 경유 지자체들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하남 교산 신도시 건설사업은 이 도로 건설이 전제돼 있다. 원희룡 장관은 야당이 사과하면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원안대로 고속도로가 건설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업 추진에는 여·야가 같은 생각인 만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긍정론이 커진다. 고속도로 건설은 정상 추진돼야 한다. 노선은 지역 의견을 반영하면 된다. 국책사업이 장관 한마디에 흔들리는 것도 말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