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라서 "집안이 망해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는 극중 설정은 실제와 간극이 있다. 학업에 열정이 있다면 재정보조를 신청해 공짜로 다닐 수 있는 것이다. 학업 말고 레저와 유흥에 관심이 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제작진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한국의 SKY대학과 비슷하게 본 것 아닐까. 경제사정이 어려워 아르바이트에 내몰리는 한국 대학생처럼 미국 대학도 접시 닦기라도 해야 하는 걸로 말이다. 한마디로 미국 하버드 예일 다트머스대학에서는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한다'는 말 자체가 불가능하다. 과연 우리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어떠한가.
"돈없어 대학중퇴" 드라마 옥에티
미국 학비 가정형편 따라 재정보조
결국 사다리 문제이다. 옛날에는 공부가 사회경제적 계층 상승의 사다리였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거다. 책 속에 길이 있고, 가난한 수재들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요즘은 다르다.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 경제력'이란 말처럼 경제적 장벽은 높아지고, 그나마 남은 사다리는 치워진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했는데, 누군가는 "개천에서 그냥 미꾸라지 개구리로 살면 어떠냐"고 한다. 힘들게 높은 장벽을 오르려 애쓰지 말라는, 사다리는 없다는 비아냥으로 들린다.
최근 대통령부터 나서 사교육 카르텔을 저격했지만 그보다는 부실한 공교육과 점수로 줄 세우는 대학입시가 근본 문제 아니겠나. 장하준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경제학자가 경제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를 우리 교육에 대입하면 "교육당국이 교육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학교 서열화·학벌주의 사회장벽돼
現한국 '개천서 용난다' 말 사라져
국공립대, 평생교육 문을 열어줘야
문제는 대학의 문은 좁고 문턱은 높은 거다. 독일과 프랑스처럼 대학 문턱을 없애거나 문을 항상 열어놓은 것을 검토할 때가 된 것 아닌가. 미국처럼 연계 교육과 확장 교육을 늘려 평생교육으로 실질화 하는 방안도 있다. 예컨대 제프리는 현재 하버드 의대 2년차이다.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그는 하버드대가 아닌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프리메드과정을 이수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재정보조를 신청했고, 학비의 80%를 장학금으로 지원받는다. 월 200달러 생필품 보조금도 받는다. 그래도 부족한 비용은 학자금 대출로 충당한다. 대학서열화로 문턱만 높인 우리나라에선 언감생심이다. 2021~2022학년도에는 하버드 학부와 평생교육원 간 학비 갈등이 일어났다. 코로나19에 따른 원격교육으로 교수도 수업 내용도 학점도 같은데 학비가 2.5배나 차이가 난다는 거다. 학부의 2023년 학비는 5만4천269달러, 익스텐션은 학점 당 510달러이다. 연간 40학점을 들으면 2만400달러이다. 학부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했지만, 학교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게 평생교육원의 취지이니까.
교육은 백년대계라지만 우리 교육은 백년하청에 가깝다. 점수로 줄 세우기와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는 기득권이 쌓아 올린 사회적 장벽이다. 가난이 학업에 어려움을 줘서는 안 된다. 국공립 대학은 실질적 평생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걷어차인 교육기회의 사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게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위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