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과 교수 황우석(1953년생)이 어느 날 영웅이 됐다. 1999년 체세포 복제로 만든 젖소 '영롱이'의 탄생을 알리면서다. 1996년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처음 성공한 복제 양 '돌리(Dolly)'에 3년 뒤진 시점이다. 2004년 세계적 권위의 과학지 '사이언스'에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도 성공한 사실이 발표되면서 영·미도 주목했다. 대한민국이 가장 앞서게 됐다는 줄기세포 기술은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전 세계 불치병과 난치병 환자들에 빛과 희망이 됐다.
2005년 '스너피'란 이름의 아프간하운드종 개를 복제해내 세상을 또 놀라게 했다. 노벨상이 유력하다더니 같은 해 11월 MBC PD수첩 방영과 함께 나락으로 추락했다. PD수첩은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됐다'며 난자 채취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난자 제공자에게 금품이 전달됐고, 일부 난자는 여자 연구원들을 상대로 채집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과학윤리문제로 번졌다. 공직에서 사퇴하면서 파문은 일단락됐으나 지지자들이 촛불시위를 하는 등 여진(餘震)을 남겼다.
황우석 박사의 근황이 공개됐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황우석 박사의 몰락'에서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황 박사는 '셰이크 만수르' UAE(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의 투자를 받아 중동에서 동물복제를 한단다. 세계적 부호이자 왕족인 만수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FC 구단주다.
황 박사는 2016년 UAE 공주 '라티파 알 막툼'의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방송에서 황 박사는 "제 상관(Boss)은 만수르다. 흠뻑 서포트(후원)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불러줬다"며 만족해했다. 바이오테크 연구센터를 돌며 동물복제 연구를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황우석 사태 당시, 조사에 나선 서울대는 "연구결과가 조작됐다"고 결론지었다. 넷플릭스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업적을 세웠지만, 완전히 추락해서 무너졌다"며 "모두에 이로운 일을 하려고 했다는 게 그토록 심각한 부정행위의 핑계가 되진 못한다"고 평했다. 그런데도 황 박사는 왕자의 지원 아래 복제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킹 오브 클론'의 몰락과 부활, 엔딩(ending)은 뭘까.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