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슬럼프 시기. 운동선수들에게는 이 기간이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가장 큰 자산인 몸이 상하는 부상 때문.
박근정(26·과천시청)도 발목을 다쳐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밑바닥을 맛봤다. 하지만 가장 아래까지 내려 가봤던 덕분일까. 박근정은 슬럼프를 넘어서고서 지금 누구보다 높게 위로 날아오르는 중이다.
전국육상선수권 1m70 성공 '金'
대학 입학후 발목 부상에 '시련'
"기록 집중하며 기술연마 온힘"
지난 9일 전북 익산에서 치러진 제52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일반부 높이뛰기 결승에서 박근정은 1m70을 성공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5월과 6월 각각 치러진 예천 KTFL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와 제27회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해 올해 3관왕을 기록 중인 박근정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는 선수라고 생각될 법도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리 애써도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서 부상을 당해 발목이 계속 안 좋았어요. 2학년, 3학년 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인데 저는 시합을 아예 뛰지 못했어요. 운동을 완전히 그만둘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슬럼프에 빠졌었죠."
박근정은 '강한 정신력'이라는 자신만의 강점을 이야기하다 돌연 슬럼프 시기로 말을 돌렸다. 발목 수술을 한 뒤에는 운동선수로 활동하기 힘들 거라는 말도 들었다. 그럼에도 체념에 가까워지기보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다른 선수보다 키도 작고 부상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알게 된 거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실시간으로 상대의 기록이 눈앞에 보이는 높이뛰기 종목 특성상 선수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박근정은 마음의 동요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나름 멘털이 강해서 다른 사람 기록에 신경이 곤두서지는 않는다"며 "내가 넘을 기록에 집중하다 보면 상대 선수들이 어느 정도를 넘었는지 모를 때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정신력으로 무장했지만, 그는 코어 근력이 부족해 기술 연마에 더 힘써야 한다고 스스로를 분석했다. 특히 점프할 때 수직으로 높이 뜬 상태에서 바를 넘기 위해 유독 신경 쓴다고 한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기술에 대한 평가가 높다.
박상문 과천시청 감독은 "높이뛰기는 기술 종목인데, 박근정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높이뛰기 동작이 안정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며 "지금처럼만 훈련한다면 본인의 최고기록도 빠른 시일 안에 깰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했다.
1m79, 자신의 최고 기록을 두고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박근정. 그는 앞으로 펼쳐질 시합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그는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는 후배들 시합 영상도 살피면서 참고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1m80까지 넘고 싶다. 다치지 않고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겠다"며 목표를 당차게 이야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