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이어가게'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고유의 정서와 특색을 담은 오래된 가게를 발굴·지원해 골목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크다. 30년 이상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 대부분이다. 경인일보는 이어가게로 선정된 노포를 찾아 그곳의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기획물을 9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인천 미추홀구 숭의2동에서 41년째 영업 중인 동네의 대표 노포(老鋪) 부영선지국. '동네 대표'라는 수식을 뒷받침하는 건 정부와 지자체 등 여러 기관이 인증한 '이어가게' '백년가게' '모범음식점' '착한 대물림 계승 음식점' 간판이다. 매일 점심이면 부영선지국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는 풍경으로도 입증된다.
강화밭 수확 '가격 저렴한 비법'
둘째딸도 '경영' 젊은손님 늘어
부영선지국은 1982년 '부영식당'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1990년대 바로 앞 건물로 한 차례 자리를 옮기며 부영선지국으로 이름을 바꿨다. 부영선지국은 사장 김순자(71)씨의 손맛과 정성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가게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선지국에 쓸 사골 육수를 우려내고, 후식으로 낼 식혜와 수정과를 끓여 식힌다.
4년 전부터는 강화도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김치에 쓰는 고춧가루까지 손수 재배한 고추를 빻아 만든다. 과거엔 강원도에 있는 가족이 재배한 대파, 배추, 고추 등을 공수했으나 요즘엔 수급이 어려워 직접 농사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농사를 시작하면서 가게 운영 시간을 오후 3시까지로 단축했다"며 "저녁에는 강화도 밭에 가서 음식 재료를 수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밭에서 거둔 재료로 음식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하고, 손님들에게 음식 가격을 저렴하게 낼 수 있는 비법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씨는 부영선지국을 운영하며 4남매를 낳고 길렀다. 4남매는 가게를 이어가게 한 원동력이었다. 가게엔 흐른 세월만큼 단골들의 추억도 깃들었다. 단골이 가족처럼 막역해졌다. 김씨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와서 매운 음식도 먹지 못했던 어린이가 커서 군인이 돼 찾아온 적도 있고, 꼬마일 때 본 손님이 성인이 돼 결혼한 이후에도 찾아왔다"며 "그럴 때면 너무 반가워 서비스를 듬뿍 주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씨는 바쁜 와중에도 한식, 일식, 양식 등 조리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주먹구구식이 아닌 음식 성분, 영양 등 기초 지식을 갖고 장사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부영선지국은 세대를 이을 준비 중이다. 현재 김씨의 4남매 중 둘째 딸이 함께 일하고 있다. 김씨의 둘째 딸 역시 한식·일식·양식 등 조리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고, 대학에서 최고 경영자 과정을 수료하며 가게 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김씨는 "선지국이란 음식 특성상 어르신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대물림을 해도 될지 고민했다"며 "생각과는 다르게 운영할수록 젊은 손님들이 꽤 많이 오는 것을 보며 이 가게를 계속 해나가도 괜찮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몸이 허락하는 때까지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고 싶다"며 "앞으로도 손님한테 '맛있다'는 얘기를 계속 듣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