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연화중학교 펜싱부 학생들 (2)
인천 연화중학교 펜싱부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2023.7.16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인천에서 나고 자란 펜싱 사브르 종목 꿈나무들이 지역에 진학할 고등학교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인천체육고등학교가 사브르 종목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펜싱 세부 종목은 사브르, 플뢰레, 에페 등 세 가지다. 이 중 연수구에 있는 연화중학교는 인천에 하나뿐인 사브르 선수 육성 중학교다. 연화중 펜싱 선수들이 진학 가능한 학교는 마찬가지로 인천에서 유일하게 사브르 종목을 둔 인천체고뿐이다.

하지만 인천체고가 내년부터 사브르 종목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연화중 선수와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24학년도 인천체고 신입생 입학 전형 요강에 펜싱 중 에페만 명시됐을 뿐 사브르는 빠졌다. 사브르 전공 지도자는 지난 2월 계약이 만료되면서 학교를 떠났고, 새로운 지도자도 채용되지 않은 상태다.

인천체고가 인천시교육청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현재 시설로는 펜싱(에페·사브르)과 근대5종(에페) 전공 학생들이 동시에 훈련하기 어려워 에페 종목에 집중하고자 사브르를 제외했다.

또 전국에서 펜싱 선수를 육성하는 고등학교 중 서울체고와 충북체고를 제외하고는 세부 종목 2개를 같이 운영하는 학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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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화중학교 펜싱부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2023.7.14/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연화중 선수 7명 중 2명 펜싱 포기
1명은 운동부 있는 경북으로 전학
종목 전향도 어려워 '미래 불투명'


문제는 연화중 선수들이 사브르 종목으로 진학할 수 있는 대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관련 소문이 돈 데다 인천체고에 사브르 지도자가 채워지지 않는 등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연화중 선수 7명 중 2명은 최근 운동을 그만뒀다. 3학년 선수 1명은 사브르 운동부가 있는 경북지역으로 전학을 갔다.

남은 선수들은 체고 입시가 시작되는 오는 9월까지 구제책이 마련되길 바라며 훈련하고 있지만, 인천시교육청은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사브르 운동부를 창단할 고등학교를 물색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 학생들이 인천에서 운동을 계속하려면 자부담으로 클럽을 만드는 방법뿐이다.

대신 인천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종목을 전향하면 인천체고(에페)나 가좌고등학교(플뢰레)로 진학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사브르 종목 자체에 매력을 느껴 운동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브르·에페·플뢰레는 점수를 내는 경기 방식부터 검의 무게까지 모두 달라 갑자기 종목을 바꾸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연화중 펜싱부 관계자는 "당장 고교 진학을 앞둔 3학년 선수들은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사브르 운동을 해온 1·2학년 학생들도 걱정이다"라며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모든 것이 결정됐는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