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시행된 미국의 '외국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은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규제 대상에서 국적은 물론 지배와 투자의 실체를 기준으로 외국인을 판단하고 있다. 실체를 숨긴 외국 법인이나 외국 정부와 기관 등의 투자가 국가안보의 위협 요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된 호주의 '외자매수법'은 국가안전 관련 사업과 국가안보 관련 부동산 개념을 도입하여, 국익과 국가안보를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2021년 제정된 일본의 '중요토지등조사법'은 국경 도서와 자위대의 군사시설 그리고 주일 미군 부대시설 등의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의 일부 세력들은 한국인과 중국인의 일본 토지취득에 대해 민감하고 적대적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러시아, 한국 등과의 영토나 해양 분쟁과도 관계가 있다.
국내 중요시설 인근 등 취득 제한
현행 방식, 실질 심사·판단 한계
물론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경제적 자유권이나 국제법상의 상호주의 등에 의해 외국인에 의한 토지나 부동산거래를 전면 금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특정한 국경지대인 일부 섬, 군부대 주둔 지역, 천연자원 매장지, 원전과 국가 중요시설 주변과 같은 특정 토지에 대해서는 외국인에 의한 토지의 취득을 금지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주요국들과 같이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차단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 대상을 설정하고, 심사기준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의 주요 군사기지 등은 물론 공항과 항만 인근 지역, 원전과 국가중요시설 주변 지역, 그리고 국경 관련 무인도서 등에 대한 부동산의 취득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의 토지취득에 대한 규제를 위해서는 우선 '부동산거래신고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주무 부처와 창구의 단일화 문제다. 현행 법령은 주무 부처가 국토교통부이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신고관청인 지방자치단체 등이 '군사기지법'상의 관할부대장의 확인을 받아 처리하고 있다. 현행방식으로는 국가안보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나 판단에 한계가 있다. 신고관청과 국방부 그리고 국토부 등을 연계하는 창구 단일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안보 관련 사항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미국의 대미외국투자위원회(CFIUS)는 국가정보국의 의견을 들어 국가안보 저촉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도 외국 투자자에 대해 처분과 금지 등을 내릴 때 국가정보기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CFIUS, 영국의 투자안전보장국, 호주의 외자심의위원회, 일본의 토지등이용상황심의회와 같은 기구를 설치하고 최종 판단을 하기 전에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국가정보원 등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주무부처·창구 단일화 방안 요구
최종판단前 국정원 등 의견 필요
가장 바람직 한 것은 관련법 제정
그러나 바람직한 것은 우리나라도 주요국과 같이 '(가칭)안보투자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토지와 부동산, 국가핵심기술과 방산기술, 첨단전략기술과 핵심인프라 등에 대해 외국인의 투자 허용기준 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부동산거래 신고법', '외국인투자촉진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법률이 필요하다. 토지와 부동산 그리고 국가핵심기술 등을 외국인 투자 유치의 문제로만 볼 때가 아니다. 국가안보와 경제 안보 차원에서 국경과 영토주권, 국가핵심기술과 핵심인프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주요국의 입법 동향과 정책에 주목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