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예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시기 사망자가 급증하자 화장장 부족에 따른 문제가 우려에서 현실로 드러나게 됐다.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유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전국 곳곳에서 빚어졌고 장례를 치르고도 다시 영안실로 보내지는 일들이 벌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화장장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선 화장장을 못 구해 4~5일 장을 치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고 한다. 또 일부 지자체에선 부랴부랴 화장로 가동 횟수를 늘리는 궁여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한다.
'매장풍습' 국토 묘지로 잠식… 화장 장려
수도권 화장장 부족해 역외원정 떠나기도
이런 현실은 절대 남의 일이라고 그냥 봐 넘길 수 없게 됐다. 수도권의 화장장 부족은 이제 극심한 상황에 이르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 1천400만의 경기도에 화장장은 용인, 성남, 화성, 수원 등 겨우 4곳에 불과한 실정이며 그나마 이들 화장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이다. 고양에 있는 장사시설인 승화원은 서울시 소유라 고양과 파주 시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양주시가 속한 경기 동북부지역에는 화장장이 없어 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인근 지자체들도 똑같은 고민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실에서 시민들은 이를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서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서울과 인천, 심지어 강원도 춘천까지 원정 화장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형편이다. 거리도 거리지만 관외 비용으로 최대 20배의 비용을 더 내야 하는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이런 심각성은 평소엔 실감하지 못하다가 상을 당하는 순간 그 현실을 체감하게 된다는 게 당사자들을 더욱 당황하게 한다.
양주시를 포함해 경기 북부지역 대다수 지자체가 해결책을 찾으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25년께 65세 이상 화장장 이용 인구를 45만 명으로 내다보고 있는 경기도도 올해 4월 장사시설 수급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화장장이 없는 경기 북부지역에 종합장사시설 확충방안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道, 수급계획… 경기북부에 시설확충 전망
주민 편견 깨고 생활필수 인식 보편화 과제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내가 사는 지역에 화장장이 들어서는 걸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며 화장장을 지을 곳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이런 현상을 무턱대고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화장장으로 인해 유무형의 피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가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됐으며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이를 부정만 할 수 없고 방조할 수도 없다. 상은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대부분이 화장을 선택할 것이다.
이제 장사시설은 생활필수시설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학교나 병원과 같이 우리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시설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장 양주시도 더는 두고만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시기를 놓치면 더욱 암담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마저 느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지혜를 모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급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화장장을 하루빨리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명한 선택을 위한 이런 과정도 놓칠 수 없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시설이기에 선택도 우리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수현 양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