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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몸을 보호하거나 미적·사회적 용도로 착용하는 의상이다. 그러나 옷은 이런 사전적 정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옷은 제2의 피부라 할 정도로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 옷의 기원에 대한 학설도 많고, 세계 각국의 의상과 복식의 역사에 대한 연구도 상당하다.

근대 복식과 패션의 형성에서 기억에 남는 두 사람이 있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퐁파두르(1721~1764)와 현대패션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코코 샤넬, 바로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1883~1971)이다. 마담 퐁파두르는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초상화에서도 알 수 있듯 역대급 미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지적이고 세련된 인물이었다. 그는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를 이끌었던 '백과전서파'의 후원자였고, 로코코 패션 돌풍의 주역이었다.

코코 샤넬은 개인적 불행을 딛고 근대 여성 패션을 완성해낸 사람이다. 발 모양을 왜곡시키고 등뼈에 크게 무리를 주는 하이힐과 자유로운 동작을 제한하는 스커트, 또 지나치게 몸통을 죄고 압박하는 코르셋 등 복잡하고 불편한 의상들을 일신하여 단숨에 여성들을 중세적 의상들로부터 해방시킨 인물이었다. 1850년 블루머(Bloomer)가 제창한 여성복 개혁운동이 샤넬에 의해 완성된 셈이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가 옷으로 인한 환경 공해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매년 수십만 톤씩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들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10월부터 '수선 보너스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신발이나 의류를 수선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품목에 따라 6유로에서 25유로까지 할인해주는 제도다. 요즘의 옷들은 잘 썩지도 않고 또 폐기도 쉽지 않아 지구환경에 주는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업계와 정치인들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가 비싸고 멋진 옷을 잘 차려입으면 입을수록 지구환경에 주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현대사회는 문명의 진보와 편의성을 제공하면서도 우리 모두를 반환경적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진보적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모든 것을 경제적인 것으로 갈아엎어 버리는 현대자본주의 시스템을 가리켜 '악마의 맷돌'이라고 했는데, 경제와 환경과 패션을 다 살릴 상생의 묘방이 절실하다.

/조성면(객원논설위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