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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노벨상이 올해로 123회째를 맞는다. 본상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기부와 출연으로 설립되어 1901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문학·평화·의학·물리·화학에 경제학까지 6개 부문이며,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엄정한 심사를 통해 시상한다. 경제학은 1968년에 제정됐고, 이는 일종의 노벨 기념상에 해당한다. 세계적 권위를 가진 까닭에 매년 10월이면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대한민국은 원조에 의존하던 극빈국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거의 유일한 국가로 경제·제조업·대중문화 등에서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비원(悲願)으로 남은 전인미답의 영역은 우리도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이다. 무려 122회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단 1건.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이 유일하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비약했어도 우리는 여전히 2%의 결핍감을 가지고 있는바, 그것은 바로 예술과 학문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선진국 반열 올랐지만 '2% 결핍감'
한국인 예술·학문 분야 노벨상 수상 염원


노벨상이 국격을 결정짓는 요소도 아니고 또 노벨상 자체도 그간 세계인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게 완벽한 심사와 시상이 이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령 노벨문학상 제1회 수상자는 프랑스 출신의 시인 쉴리 프리돔(Sully Prudhomme, 1839~1907)으로 그의 대표작은 1865년에 펴낸 시집 '구절과 시'인데, 1회 수상자임에도 대중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 문학인이 아니면서도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노벨문학상이 유럽중심주의적 맥락에서 다소 자의적(恣意的)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조 위에서 여타 지역문학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해조 등의 신소설 시대를 거쳐 염상섭과 김소월 등이 나오면서 한국 근대문학은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노벨상 후보에 근접한 다수의 작가와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나 문학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언어의 장벽 등의 이유로 아직 소망적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것은 우리 사회 내부에 있으며, 그 원인의 하나로 현행 우리 수능 제도와 교육 시스템을 꼽고 싶다. 대입제도와 틀에 박힌 교육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구조와 일반적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끝없이 제기돼 왔다.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역임한 백암 박은식(1859~1925)은 소설 '몽배금태조'를 통해서 후대로 갈수록 우리 과거제도가 기득권 세력의 권력 세습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현행 수능 제도 역시 박은식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아도 풀 수 없는 이른바 킬러 문항의 존재도 그러하고, 영유아 시절부터 사교육을 시작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문제만 잘 푸는 기계를 찍어내는 현 시스템이 존속하는 한 창의적 미래 인재를 기대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일만큼 난망(難望)하다.

수능·대학서열화 등 교육시스템 무용지물
창의인재 위해 입시제도 과감한 혁신 필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뿌리 깊은 대학 서열화 때문이다.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떻게 공부해왔느냐보다는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에 따라 사회적으로 부여받는 기회가 완전히 다른 작금의 상황에서 나아가 사회적 인식 개선과 사회 구조의 혁신 없이 수능제도 개편, 공교육 정상화를 떠들어봐야 다 공염불이다. 0~4세에 국영수 사교육을 시작했다는 비율이 13~16%에 이르며, 취학에 임박해서는 그 수치가 최대 74%까지 치솟고 있다는 마음이 무거운 통계자료도 있다.

현 입시제도와 교육 시스템은 문학이나 물리 등 고도의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아예 무용지물이다. 지금 같은 성적 지상주의, 학벌주의 사회에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출구 없는 희망을 품는 일과도 같다. 위대한 예술적·학문적 성취는 사교육과 명문대 졸업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창의적 인재 선발과 양성을 위해 입시 및 교육 제도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