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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경기도청 컬링팀 '팀김'의 다섯 선수가 훈련을 앞두고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지, 설예지, 김수지, 설예은, 김은지. 2023.7.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웃음과 장난으로 다져진 다정한 팀워크. 하나, 빙판 위에서는 사뭇 진지하다. 스트레칭할 때까지만 해도 높은 주파수의 박장대소가 끊이지 않았지만, 빙상장에서는 얼음을 가로지르는 스톤 특유의 서걱거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장마가 물러가고 매미가 울어대는 한여름, '팀김'은 구슬땀이 마를새 없이 차가운 얼음판에 서서 고군분투 중이었다.

스킵 김은지 여권 실수로 Gim 표기
멤버 전원 이름에 'G' 있어 애칭은 '5G'
음식 좋아하는 설예은은 별명 돼지

23일 믹스더블 국대선발 대비 열중
강릉시청 '팀킴' 맞대결 배운점 많아
"기세 이어 올림픽 첫 金 거머쥘 것"

지난 18일 정오,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무더위를 뒤로하고 얼음 위를 분주히 누비는 경기도청 컬링팀 다섯 선수를 만났다. 스킵 김은지, 세컨드 김수지, 서드 김민지, 리드 설예은, 핍스 설예지. 정식 명칭은 '팀김', 애칭은 '5G'인 경기도청 컬링팀은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 겸 경기인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다. 인기도 덩달아 상승해 선수들의 SNS 계정에는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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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팀김'이 훈련에 앞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스킵 김은지가 컬링화를 신고 있다. 2023.7.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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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팀김' 선수들이 훈련에 돌입하기 전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풀고 있다. 2023.7.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팀명이 '팀김'인 이유는 여권 때문이죠." 컬링은 스킵의 이름을 따 팀명을 정한다. 스킵인 김은지는 팀 이름이 '팀김'인 게 당연하다는 듯 설명했지만, 여기에는 숨은 사연이 있다. 통상 김씨는 'Kim'으로 영문 표기를 하지만, 김은지는 중학생 때 여권을 만들다 실수로 'Gim'이라고 적어 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5G라는 애칭에는 유머가 담겼다. 한 선수만 빼고 이름에 '지(G)'가 들어간다는 이유인데, 설예은은 먹는 걸 좋아해 별명이 '돼지'라 결국 5G라는 애칭으로 굳어졌다.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전, 선수들은 장난을 치거나 집에서 가져온 복숭아를 나눠 먹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팀워크가 좋아야 하는 스포츠인 컬링 특성상 '팀김'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짐작게 했다. 이날 진행된 훈련은 김수지가 주인공이었다. 오는 23일 펼쳐질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믹스 더블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다른 팀원들이 2명씩 짝을 이뤄 김수지·김정민(경기도컬링연맹) 조에 대항해주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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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팀김'의 리드 설예은이 스위핑을 하고 있다. 2023.7.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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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팀김'의 세컨드 김수지가 스톤을 굴리고 있다. 2023.7.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평소 '팀김'은 연습 게임 위주로 훈련하고, 일상에서는 마인트 컨트롤을 하며 시합을 준비한다. 김은지는 "팀워크를 발휘해 다양한 변수에 대응해야 하기에 연습게임을 자주 하고 있다"며 "컬링은 장시간 집중력을 한데 모아 경기를 펼쳐야 하는 종목이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명상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컬링 경기는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선전 자체가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 대회 같은 경우 일주일 사이에 열두 번가량 게임을 해야 하는데, 한 게임당 평균 3시간이 소요된다. 고도의 집중력과 끈질긴 체력이 필요한 이유다. 신동호 경기도청 컬링팀 코치는 "컬링은 멘털 싸움이기에 체력 관리를 충분히 잘 해줘야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팀과 대결을 펼쳐보며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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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팀김'과 신동호 코치가 훈련을 앞두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3.7.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팀김'은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킴'과의 대결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지는 "강릉시청 '팀킴'은 워낙 잘하는 팀이다. 같이 시합을 해보면서 봤던 스톤 위치 같은 플레이 방식을 놓고 저희끼리 논의를 해본다"고 이야기했다. 이 밖에도 해외 팀 중에서는 기복 없이 빙판 위에 좋은 결과물을 펼쳐내는 캐나다 국가대표 남자팀의 경기를 눈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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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팀김' 선수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스톤을 굴리기에 앞서 정돈하는 모습. 2023.7.1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인터뷰 내내 서로 농담을 주고받던 '팀김'은 빙상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매서울 정도로 스톤을 노려보며 집중력을 발휘했다.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이들이 세운 장기 목표는 컬링 한국 국가대표 지위를 앞으로도 이어가, 국제무대에서 첫 금메달을 안고 귀국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 컬링이 올림픽에서 거둔 금메달은 없어요. 저희 팀이 4년 만에 국가대표로 서게 된 만큼, 이 기세를 꾸준히 몰아가 꼭 금메달을 가져올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팀김'의 MBTI는? 김은지 ESFJ, 김수지 ENFJ, 김민지·설예지 ISFJ, 설예은 ES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