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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이 2001년에 '연대기여금' 제도를 신설했다. 선수가 팀을 옮길 때 발생하는 이적료 가운데 20%까지 12~23살 시절의 클럽팀에 배분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어린 유망주의 잠재력을 발견해내 특급선수로 키워낸 유소년 축구팀에 적절한 보상을 해줌으로써 선수 육성에 대한 의욕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 제도가 국내에 알려진 건 박지성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다. 박 선수의 이적료 700만 달러의 5%인 35만(8억여원) 달러를 모교인 수원 안용중, 수원공고, 명지대학교, 일본 교토 퍼플상가가 나눠 받았다. 안용중 5천500만원, 수원공고 9천300만원, 명지대 4천500만원, 교토 퍼플상가 1억5천만원이다. 세류초교는 박지성이 2월생이라 만 11세에 졸업한 것으로 돼 한 푼도 못 받았다. 수원공고는 이때 받은 돈으로 '박지성 기념관'을 지었다.

축구 명문 수원공고가 또 경사를 맞았다. 이 학교 출신인 김민재 선수가 FC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다. 김 선수의 이적료는 5천만 유로(715억원)로, 별도 기준에 따라 수원공고에 지원하는 기여금이 1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선수가 SSC 나폴리로 옮겼을 때도 3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10억원은 어지간한 실업팀들 연간 운영비와 맞먹는 거액이다. 고교 수준에선 주체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사립학교 축구부는 재정이 열악한 실정인데, 수원공고는 잘 나가는 선배 덕에 돈 걱정을 덜게 됐다. 동문사회는 2014년 전국고교축구리그 왕중왕전 우승 등 강자로 군림해 온 축구부가 명실상부한 명문으로 자리매김할 호기라며 들썩인다.

연대기여금은 선수가 이적할 때마다 주어지기에 추가 보너스가 기대된다. 선수 기량이 발전할수록 이적료는 높아지고, 금액도 덩달아 늘어난다. 영국·독일·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국내 선수들이 부쩍 늘고 있어, 혜택을 받는 국내 모교들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다.

유럽 빅클럽과 달리 국내 프로구단은 기여금을 외면하고 있다. '학교 지원금'이나 '육성지원금'이 고작이다. 같은 협회 소속팀 간 이전은 소속 육성클럽에 기여금을 줄 의무도 없다. 이래저래 K1 리그가 왜소해 보인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