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장기 미제사건이었던 '남촌동 택시 기사 살인사건' 피고인들이 16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됐다. 당시 피해자를 살해하고 현금을 챙겨 달아났던 범인 2명에게 중형이 선고됐지만, 유가족들은 반성은커녕 혐의를 부인하는 이들을 향해 울분을 토했다.(3월8일자 6면 보도=인천 택시 기사 살해사건 범인 2명, 16년 만에 '쪽지문으로 검거')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2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47)씨와 공범 B(48)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07년 7월1일 오전 3시께 인천 남동구 남촌동 도로 인근에서 택시 운전기사(사망 당시 43세)를 흉기로 17차례나 찔러 살해하고 현금 6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法 '강도살인' 2명 징역 30년씩 선고
"단독 범행 불가능 함께 가담 타당…
진지한 반성 없고 치밀한 점 처벌"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사건 당일 범행 현장에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현 미추홀구) 관교동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이나 DNA 감정 결과 등을 보면 A씨가 그날 현장에 있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A씨가 경찰에 체포된 이후 진행된 DNA 검사에서는 피해자 택시 안에서 발견된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B씨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도망가자 A씨가 뒤따라 나갔고 B씨는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택시 안에서 기다렸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은 피해자를 제압하는 역할과 흉기로 찌르는 역할 등 분담이 필요했다는 부검 감정서 의견이 있었다"며 "A씨의 단독 범행은 불가능하고, B씨도 함께 살해에 가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누구도 이 사건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고, 피해자 유가족들은 정신적 고통과 싸워왔다"며 "피고인들이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이 사건 이전에 강력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범행 후 택시를 불태우는 치밀함을 보이는 등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소 무기징역 격리해야" 허탈감
사건을 수사한 인천경찰청 관계자들과 유가족 등은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감정이 격해진 일부 유족은 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서는 피고인들에게 "똑바로 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피해자의 매형 C(67)씨는 "판결이 매우 아쉽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증거가 있는데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고, 이런 사람들은 신상 공개와 함께 최소 무기징역으로 사회와 완전히 격리해야 다른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제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은 2016년 인천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인계받아 보강 수사를 하던 중 불을 지를 때 사용한 차량설명서 책자에서 쪽지문을 발견하면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현재 인천 장기 미제사건은 '작전동 7살 여아 살인'(2000년), '십정동 부부 살인'(2006년) 등 총 11건이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