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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희씨가 기탁한 아버지 유정수씨의 국민방위군 일기. /화성시 역사박물관 제공

'6·25 한국전쟁'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희귀자료가 화성시 역사박물관에 기증·기탁된다.

화성시 역사박물관은 한국전쟁 정전협정(7월27일) 70주년을 앞두고 당시 화성군민의 징집과 방공단 활동 등의 사연이 담긴 유물 4점을 후손들이 기증 또는 기탁 의사를 전해왔다고 21일 밝혔다.

정전협정 70주년 앞두고 후손들 의사 전해와
국민방위군 실상 담긴 일기·군수첩 등 '가치'

이번 기탁 유물 중 사료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것은 국민방위군의 실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故) 유정수씨의 일기. 유씨는 양감면 요당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곡국민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한국전쟁 발발로 국민방위군에 징집됐다. 수원운동장에서 대구까지 걸어서 이동했던 풍찬노숙의 아픔을 노트에 꼬박꼬박 적었다. 산길로 대구까지 이동하고 대구에서 훈련 받은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빼곡하게 기록했다. 일기는 1950년 12월23일부터 1951년 3월10일까지 작성됐다. 당시 국민방위군의 참상을 엿볼 수 있는 희귀자료여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방위군 사건은 고위급 간부가 국고금과 군수물자를 부정처분 착복한 것이다. 50만명에 달하는 국민방위군은 식량 피복 등 보급품을 지급 받지 못한 채 한겨울에 장거리 행군을 감행, 9만명에 달하는 장병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하거나 동상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당시 신성모 국장장관, 이시영 부통령이 물러나고 관련 고위간부 5명이 사형에 처해졌다.

기증의사를 밝힌 아들 유창희(전 양감면장) 씨는 "한국전쟁 당시의 국민방위군 실상을 알릴 수 있는 연구자료로 활용되고 노후화로 훼손될 우려가 있어 오래도록 보존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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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광성 씨가 기증한 군수첩 기록. /화성시 역사박물관 제공

우광성 씨는 아버지(고 우정근씨)가 입대 전후에 걸쳐 작성한 군수첩 2점을 기증했다. 수첩에는 피란 중에 북한군에 붙잡혀 끌려가다 탈출한 뒤 국군에 현역병으로 입대한 뒤 교관(조교)을 거쳐 하사관으로 근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육군참모총장 정일권 명의의 제대증서도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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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남양 의용소방대가 기탁한 근무일지철 표지. /화성시 역사박물관 제공

화성소방서 남양의용소방대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의용소방대 근무일지를 기탁키로 했다. 1953년 5월13일부터 10월24일까지 당시 화성군 남양면 의용소방대가 6·25 전쟁중 방공단으로 개편돼 활동한 근무사항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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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씨가 기증한 깃발. /화성시 역사박물관 제공
신윤재 씨는 6·25 전쟁 당시 정남면 사무소에서 입대 장병 환송식에 내건 광목으로 된 깃발을 기증했다. 깃발은 아버지에 대한 장행기(壯行旗,장렬하게 떠나는 환송식)로 '祝入隊愼鏞來(축입대신용래) 勇士(용사) 正南面(정남면)' 이라고 적혀있다. 신용래씨는 전쟁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신씨는 2011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유품 정리과정에서 상자안에 담긴 깃발을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화성/김학석기자 mar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