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이어가게'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고유의 정서와 특색을 담은 오래된 가게를 발굴·지원해 골목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크다. 30년 이상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들이 대부분이다. 경인일보는 이어가게로 선정된 노포를 찾아 그곳의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기획물을 9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가게 넓히고 이전… 2대째 운영
생태·대구·민어로 끓인 전골
채소도 남촌 도매시장서 공수
생태·대구·민어로 끓인 전골
채소도 남촌 도매시장서 공수
40년 넘게 한결같은 맛으로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점이 있다. 인천대로 도화IC 인근의 한 골목길(인천 미추홀구 경인로 305번길 5)에 자리한 '용인정'이다.
지난 1982년 이 자리에 문을 열었을 때는 60여㎡ 정도 공간에 테이블이 7~8개 있는 작은 음식점이었다. 1974년 길 건너 편에서 분식점으로 시작한 뒤, 이 건물 1층으로 옮겨와 새 음식점을 열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점점 많아졌다. 전골을 끓여내는 용인 출신의 주인장 음식 솜씨, 손님의 사정을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씨에 단골을 자처하는 손님들이 점점 늘어났다.
음식점은 조금씩 넓어졌고, 문을 연 지 20년 정도가 지난 2000년께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다. 가게는 처음보다 3배 정도(180여㎡) 넓어졌고, 테이블 수도 30여개로 많아졌다.
부모님에 이어 2대째 용인정을 운영하고 있는 원웅(54) 대표는 "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해 우리 가게를 찾았던 초임 교사가 정년퇴임 후에도 꾸준히 찾아주신다"며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용인정에선 생태와 대구, 민어를 재료로 한 전골을 맛볼 수 있다. 이들 생선은 매일 새벽 서울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이나 인천 중구 '인천 종합어시장'에서 직접 사들인다. 신선한 재료를 구해야 맛 좋은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싼 값을 치르면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좋은 재료를 저렴하게 구해야 한다. 고된 일일 수밖에 없지만, 매일 새벽 수산시장을 찾는 이유다. 전골 등에 들어가는 채소들도 매일 같이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서 구해온다.
원웅 대표는 체인점을 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용인정의 맛을 지켜내는 게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원웅 대표는 "(체인점을 한다는 건) 음식 재료를 관리하고, 준비하고, 내놓는 부분이 제 눈에서 멀어지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지금의 맛과 가게 규모 등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게 (용인정)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방편 아닐까 한다"고 했다.
그는 "가게를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는 비법이랄 건 따로 없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 때부터 해왔던 것들을 변하지 않고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용인정이 더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