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한 이래 과거 지향의 재화(財貨) 성격이 강한 '문화재'란 개념으로 유무형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해왔다. 문화재보호법은 일본의 '문화재보호법' 체계를 본떴다. 문화재란 명칭도 일본식이다.
정부가 제정한 국가유산기본법은 문화재의 명칭을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유산'(Heritage)으로 바꿔 그 의미를 확장했다. 문화·자연·무형유산으로 세분화해 각각 독립적 법률 체계를 구성해 보존·관리하도록 했다. 국제 기준인 유네스코 체계에 맞춘 것이다. 국가유산 체계 도입은 윤석열 정부의 문화재 분야 '1호 국정과제'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오랜 역사성이 있는 사물, 그 가운데 건축물은 문화재적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존치·철거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인천엔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지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데,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많이 철거되고 있기도 하다.
곧 문화재 정책 패러다임이 바뀐다. 국가유산기본법은 제14조(포괄적 보호체계의 마련) 조항에서 '국가·지자체는 지정·등록되지 아니한 국가유산의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존치·철거 문제로 사회 갈등이 크게 불거진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조병창(일본군 군수공장)의 병원 건물 관련, 지역 시민단체가 법원에 '철거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최근 각하됐다. 민사소송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게 각하 이유다. 행정소송으로 다룰 사안이라는 것. 하지만 놀랍게도 해당 사건의 법원 결정문(7월17일자 1면 보도)을 보면 재판부는 국가유산기본법과 같은 취지로 조병창 병원 건물이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한다. '먼저 온 미래' 같은 느낌이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