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정부와 인천시는 강화도·영종도·송도국제도시와 옹진군 섬 등 인천 연안 갯벌의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고자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인천지역 환경·복지·교육·노동 분야 59개 시민단체가 모인 '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은 지난 20일 인천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은 하루 만에 1천명이 참여했고, 23일 현재 1천58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운동 참여 목표는 5천명이다.
인천의 갯벌 면적은 728.3㎢로,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넓다. 국내 갯벌 총면적의 29.3%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유네스코는 2021년 7월 전남 신안 갯벌, 보성·순천 갯벌, 충남 서천 갯벌, 전북 고창 갯벌 4곳을 '한국의 갯벌'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했다.
유네스코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는 조건으로 2025년까지 2단계 유산 구역을 인천·경기 갯벌 등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인천 갯벌은 세계유산에 자동 등재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59개 시민단체 5천명 목표 서명운동
'최대면적' 강화군도 반대입장 유지
시민협력단은 서명운동을 알리는 글에서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나온 유기물들로 펼쳐진 인천 갯벌은 바지락, 동죽, 낙지, 갯지렁이, 칠게, 농게 등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며 "전 세계 6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의 80%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인천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성장한다"고 했다.
이어 "인천 갯벌은 저어새의 고향이자 먹이터"라며 "알락꼬리마도요, 큰뒷부리도요 등 지구 반 바퀴를 날아가야 할 물새들에게 인천 갯벌은 꼭 쉬어가야 할 휴게소 같은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천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는 갯벌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관련 행정 절차가 멈춰 있다. 영종도 주민단체 등 일부는 최근 세계유산 등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인천에서 갯벌 면적이 가장 넓은 강화군은 기초자치단체와 주민 모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인천 갯벌 보전 및 이용 방안 수립 용역'에 착수해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협력단도 서명운동과 함께 시민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이 2026년까지 유네스코 권고를 이행하지 못하면, 영국 리버풀처럼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
시민협력단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만나는 자연은 바로 인천의 갯벌"이라며 "인천국제공항에 내리는 비행기 안에서 '세계자연유산이 있는 인천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환영사를 듣게 될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시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