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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2023년 1월30일 교육부 발표를 통해 정부는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을 공식화했다. '영유아 중심', '질 높은 교육·돌봄' 등의 표현은 유보통합 추진의 방점이 더 이상 유아교육이 성인에 대한 서비스이기 보다는 주요 발달과정으로 영유아의 성장과 교육에 있음을 명확히 한 발언이었다.

유보통합을 둘러싼 여러 토론회와 칼럼·인터뷰 등의 언론을 통해서도 유보통합의 중심은 영유아가 되어야 한다는 관계자 및 전문가 목소리는 일관됐다. 유아교육에서 영유아 중심이란 단어는 일견 당연한 듯 하지만, 유보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앞두고 입장이 다른 여러 주체가 동시에 "영유아 중심"을 선언하는 이유는 그동안의 유보통합 논의에서는 영유아가 중심이 되지 못했고 각 성인 주체의 갈등이 유보통합의 지속적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고백과 다름이 없다.

그동안 이원화된 유아교육 체제는 이미 유아교육의 다양한 주체들을 양산했고 통합의 과정에서 각 주체는 기존과 다른 낯선 환경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영유아가 우선되는 유보통합은 성인의 입장에 따라서는 각자의 위치에 따라 유불리의 감각이 다르다. 유리한 방식으로 개선될 것이란 감각은 통합에 대한 안을 어렵지 않게 수용토록 하나, 불리한 방식으로 작용할 것이란 감각은 수용이 쉽지 않고 이러한 상황이 각 집단에 따라 복잡하게 누적되고 얽혀 주체간의 갈등은 심화되기도 한다. 상황에 대한 '유불리 감각'은 객관적 팩트가 아니라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감각에 기인한다. 통합을 앞두고 다양한 토론회와 성명과 언론에 기고되는 글들은 그러한 감각에 기인하여 쓰여지기도 하고, 확대 재생산되어 더 깊은 감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영유아 중심 아닌 성인 주체 갈등
그동안 유보통합 논의 실패 원인


성공적 유보통합을 위해서는 유아교육이 현재 처한 위치를 개선할 수 있는 안을 제안함과 동시에, 현장에서 함께 애 쓰고 고생하는 유아교육자들을 폄하하여 금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 지혜 혹은 용기도 필요하다. 아무리 세련된 방식으로 용어를 사용해도 폄하나 배제의 의도는 분위기나 뉘앙스가 되어 전달되기 마련이다.

유보통합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므로 불리하다고 감각되는 안을 타계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양한 관점으로 고민해야 한다. 때론 그 방법은 기존 시스템의 사고를 벗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유보통합을 통해 유아교육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선 혁명적 관점에서의 사고가 필요하기도 한 이유다.

유보통합은 영유아의 차별없는 발달지원을 위한 체제 마련이라는 점에 가장 큰 당위가 있으나 이미 영유아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온 여러 주체들 또한 국가가 영유아교육을 책임지지 못하던 시절부터 유아교육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유보통합은 분명 유아교육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하므로, 어떤 기준은 기존의 기준을 당연히 상회하는 방식으로 제안될 수 밖에 없다. 기존 유아교육기관을 금 밖으로 밀어내는 기준이 아니라, 기존 유아교육기관의 공헌을 인정하고 금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유보통합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현장 교육자·기관 공헌 인정하고
유아교육 부족한 점 채우는 방식
협업 패러다임 전제… 성공 이끌어


우리가 고민할 것은 통합을 시소게임이 아니라 현재 유아교육의 부족한 지점을 명철하게 파악하여 그 틈을 메워가는 협업의 과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되어 유보통합의 과정을 통해 기존의 유아교육이 더욱 적절히 역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유아교육이 더 우수한 발판 위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토대를 다지는 작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부족하다고 박탈하거나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방식, 상대적으로 온전하므로 덜어내는 것이나 차순위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도달해야 할 우수한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수준을 지속적으로 상향해 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패러다임이 전제되어야 과거 유보통합의 실패 사례를 재현하지 않을 수 있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