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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인천기록원 설립이 본격화된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인천기록원 설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2030년에 개관할 인천기록원은 인천시와 인천 지역 10개 군·구, 인천시교육청 등이 생산하는 주요 공공기록물을 영구 보존하는 시설이다. 2007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시도별 기록물의 영구보존·관리를 위한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지방기록원) 설립이 의무화된 지 무려 17년 만이다. 인천기록원에는 현재 77만권 분량으로 추산되는 시 본청과 10개 군구, 인천시교육청 등에서 생산한 영구보존문서를 우선 보존하게 될 예정이다.

인천기록원 설립은 사실 만시지탄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기록원 설립 논의가 시작되어, 2007년에는 기록물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지방기록원 설립을 의무화한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인천시는 2009년 지방기록원 설립·운영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기록물 수요 예측, 운영 방안, 재원확보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재원 마련과 관계 부서와의 협의 문제에 부딪혀 사업은 번번이 중단됐다. 그동안 광역자치단체로는 경상남도기록원(2018년)과 서울시에 기록원(2019년)이 문을 열었으며 기초자치단체 기록보존소인 청주기록원(2022년)이 개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기록보존소 설치가 미뤄지는 동안 기록물 관리를 위한 기구나 예산, 전문인력 배치에도 소홀했다. 그러다보니 지방의 기억을 중앙(정부)에다 위탁하는 기묘한 관행이 연장되었다. 지방의 기록관리는 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근거 문서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지방정부에서 생산한 문서는 보존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폐기되고 일부 영구보존문서만 정부기록보존소로 이관되어 온 것이다.

인천기록원 2009년 설립·운영 검토했지만
재원·관계부서 협의 문제에 번번이 중단


인천기록원 설립 추진을 만시지탄이라 했는데 인천시가 내놓은 추진일정을 보니 태평스럽기만하다. 인천기록원 설립은 2024년에 설립타당성조사를 거쳐 2030년에 기록관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설립예산이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되는 과정까지 감안하면 인천기록원 개관은 10년 뒤에야 이뤄질 모양이다. 그동안 자체 기록보존소와 기록물 관리 인력이 부재한 관계로 공공기록물들은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되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손실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인천시청 본청 지하 1층 서고에는 약 11만권 분량의 공공기록물이 보관되어 있다. 시설면적 663.5㎡의 서고 수용률은 이미 한계를 넘은 153%에 육박한 포화상태여서 기록물의 '보존' 상태를 우려할 정도이다.

도시의 공공기록보존소는 단순히 공문서 보관창고가 아니다. 행정정보인 기록물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투명한 행정, 책임 행정의 기초이다. 누구나 지방행정과 관련되는 기록을 열람할 수 있고, 그 기록을 토대로 시민들은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고 현안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진정한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는 첩경이다. 기록보존소는 시민들에게 도시 행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집된 자료를 공개하고 교육이나 체험, 전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정보 기반 복합문화공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보존문서 중앙위탁 '포화'… 관리소홀 우려
개관까지 디지털화·전문인력 등 대비 필요


인천기록원 설립을 앞당겨야 마땅하지만 개관할 때까지의 기록물 관리를 위한 경과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적절한 전담기구를 미리 설치하고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을 추가 배치하여 기록물들의 디지털화 사업을 추진하고 공개하는 등 본격적 개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인천의 기록물들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어 보존되어 왔는데 국가기록원은 부산, 대전 등 국가기록원에서 보존하고 있는 인천기록물 목록을 확인하고 빠짐없이 이관받아야 한다. 아울러 인천기록원이 명실상부한 인천시의 기록보존소가 되기 위해서는 공공기록물뿐만 아니라 민간이 생산하거나 보존해온 기록물을 수집· 보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