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막막한 노인들 관련
사진은 인천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공동현관으로 어르신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다수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사건(4월28일자 4면 보도=부동산 재력가 잠적… 200명 전세금 못 받나)과 관련해, 경찰이 피해를 본 세입자 중 일부 고소 건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식을 접한 다른 세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26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부평구 한 오피스텔에 사는 세입자 A(39)씨는 사기 혐의로 집주인 이모(42)씨를 수사해 달라며 낸 고소장에 대해 지난 25일 경찰로부터 피의자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 통보를 받았다.  


인천·판교 등 오피스텔 수백채 보유
전세 보증금 편취 목적 보기 어려워


이씨는 인천, 판교, 파주, 수원, 서울 등에 빌라와 오피스텔 수백 채를 소유한 부동산 재력가다.

그는 지난 1월 '어떻게든 반환해드릴 보증금을 마련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재정적 한계에 이르러 파산 상태에 직면했다'는 취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일부 세입자에게 보낸 뒤 잠적했다.

이에 A씨 등 세입자 25명은 사기 혐의로 이씨를 수사해 달라며 인천부평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A씨가 처음 전세 계약을 체결한 시점(2017년 9월)이 이씨가 부동산 매물을 본격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2019년보다 이전인 점, 임대차 계약 갱신 등 거주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점, 이씨가 처음부터 A씨의 보증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A씨는 "최초 전세 계약 체결 시점인 2017년에는 집주인에게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최근 계약을 갱신한 2021년 기준으로 다시 상황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불송치 결론이 나면서 민사소송을 준비할 수밖에 없어졌다"며 "올해 말께 청약에 당첨된 집으로 이사 갈 예정이었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이마저도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세입자 "피해자 있는데 가해자 없어"
警 "혐의 입증 나머지 사건은 송치"


세입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A씨의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고 있다.

세입자 B씨는 "아직도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니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일부 사건을 불송치한 이유를 자세히 말해주긴 어렵다"면서도 "(이씨와 관련된 사건 중) 범죄 혐의가 입증된 나머지 사건은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