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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과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이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전선을 휴전선 삼아 6·25 전쟁이 3년 만에 멈췄다. 동족의 심장에 총을 겨눈 김일성의 침략에서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참전으로 국가를 지켜냈다.

전쟁의 결과는 참혹했다. 남북 모두 초토화된 국토에서 적수공권으로 국가 재건을 돌입했고, 냉전시대의 최일선에서 치열한 체제경쟁을 벌였다. 대한민국은 80년대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90년대 공산권 붕괴로 국제사회에서 승승장구했다. 북한은 세습체제 유지와 독자생존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핵무기 개발에 열중했다.

정전 70년. 대한민국은 경제대국이고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핵보유국이다. 국제질서가 신냉전체제로 재편되는 추세에서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신냉전의 무역장벽이 수출 경제의 숨통을 조인다. 빈약한 내수와 노령화 사회는 경제성장의 한계를 경고한다. 반면 북한의 핵 갑질은 갈수록 기승이다. 열차에서 잠수함에서 저수지에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을 쏘아댄다. 미국은 한국에 주판알을 튕기고 중국은 북한을 엄호한다.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전쟁은 계속됐다. 북한 게릴라들이 한국 대통령 암살을 위해 청와대로 돌격했고, 판문점에선 미군이 북한군의 도끼에 살해됐다. 월드컵을 보다 말고 연평해전을 치렀고, 천안함이 격침됐고, 연평도는 검은 포연에 갇혔다. 정전협정 이후 북한과의 각종 교전으로 산화한 한국군이 4천268명, 미군 92명이다. 그리고 정전 70년, 대한민국은 가장 위험한 핵무장국을 머리 맡에 두고 있다.

평화는 말과 문서로 지킬 수 없다. 독일은 폴란드를 집어 삼킨뒤 불가침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했다. 러시아는 기만적인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하물며 전쟁을 잠시 멈춘 정전협정 문서가 평화를 보장할 리 만무하다. 북한은 7·27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전승절)로 정해 해마다 대대적인 열병식을 벌인다. 그들의 조국해방 의지는 여전히 결연하다.

우리만 체제의 우월감과 경제성장에 도취돼 정전을 종전처럼 착각한다 싶다. 정치적 대립이 내전에 버금간다. 핵무장국과 정전 중인 나라의 정치가 아니다. 적전 분열은 전쟁을 부르는 초대장이다. 정전 70년, 정전의 의미를 새롭게 새겨야겠다. 정전은 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