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2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맹목적인 인물들과 폐쇄적인 군대의 모습을 더욱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부대 내 가혹행위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이탈했던 사건은 군대에 적응하지 못했던 나약한 개인의 문제로, 조직적인 잘못의 은폐를 위해서는 개인의 일탈과 책임으로 사건을 종결시켜 버린다. 드라마 내내 이러한 문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반복되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침묵의 강요였다. 군대,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부조리는 끝끝내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무책임을 개인의 문제,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뿐이다. 그래야 자신들의 책임은 사라지고, 시스템이 유지될 테니까. 드라마 D.P가 그리고 있는 현실은 무책임과 부정의가 가득한 우리 사회와 꼭 닮아 있었다.
D.P 시즌2 우리 사회 부정의 닮아
이태원 참사 책임 이상민 탄핵 기각
개인에 책임 묻는 비난 목소리 득세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에서 159명의 삶이 사라졌다. 9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없었다. 참사에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 박희영도, 전 용산경찰서장도 보석으로 풀려났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당했다. 이상민은 재난주무부처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직자였다.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책임을 묻고 반성과 성찰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 과정이 선행되어야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반성과 성찰, 사과, 책임을 묻는 과정을 건너뛴 채 형식적인 '안전'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히려 그날 이태원에 갔던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비난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바로 고위공직자,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서다.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외면한 국가와 정치인들의 책임회피 방법은 이태원을 찾았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었다.
정치의 무책임은 이태원 참사를 경험한 수많은 목격자, 생존자들의 말문을 가로막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목격한 이들이 많았던 참사에서 누구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것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했던 결과이다. 무책임과 책임회피는 고위공직자들의 좋은 핑계가 되었다. 얼마 전 오송지하차도 참사 때 '내가 일찍 갔어도 바뀔 것은 없었다'던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발언, 전국이 폭우로 위기일 때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실에서 나온 '대통령이 서울에 가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발언.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이들의 책임 회피는 '각자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는 말을 일깨워주었다. 각자도생의 사회, 내가 스스로 지키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폭우와 재난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등장하는 '#무정부상태'라는 해시 태그. 그 #무정부상태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책임을 회피하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교묘하게 돌려왔던 정부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은 아닌가.
오송 참사에도 '상황 바꿀 수 없다'
책임 회피 정부 정치적 이해득실만
최근 정부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에 맞서겠다.' 대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 시민단체 카르텔, 노조 카르텔. 정부의 손가락이 지목하는 곳은 바로 이권이고 기득권 카르텔이 된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와 전방위적인 탄압이 이어진다. 이렇게 정부가 카르텔과 맞서겠다고 하는데, 정작 진짜 문제인 곳은 가만두는지 궁금하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무책임과 책임회피의 카르텔. 정말 문제는 없는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할 것들은 그대로 둔 채 다른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몰두해 있는 것은 아닌가. 각자도생의 사회, #무정부상태. 국가의 책임이 사라진 곳에 시민들만 남겨졌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