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성수기인 여름에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매출 하락세에 웃지 못하고 있다. 수제맥주의 자리를 일본 수입 맥주가 빠르게 대체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혼술 트렌드와 맞물려 이색 주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크게 성장했다. 시장 규모는 2019년 800억원, 2020년 1천180억원, 2021년 1천520억원으로 증가했다. 제조업체 수도 2015년 72개에서 2021년 159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홈술·노재팬 기류 타고 상승세
성장 이어오다 작년부터 '주춤'
하지만 이같은 성장세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주춤한 지난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2021년 국내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5.2%, 234.1%, 229%로 나타났지만 지난해는 각각 60.1%, 76.6%, 65%로 집계됐다. 이런 하락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이들 편의점의 수제맥주 제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4.3%, 28.7%, 10%다.
대표 업체들의 상황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수제맥주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의 연간 영업손실은 2021년 72억원에서 지난해 116억원으로 증가했다. 곰표밀맥주로 유명했던 세븐브로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2021년(119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에 최근 제주맥주는 지난 12일 임직원(1분기 기준, 125명)의 40%에 대한 희망퇴직 절차 등을 공지했다. 회사는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하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수제맥주의 빈 자리를 일본 수입맥주가 대체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5천553t, 수입액은 456만달러(5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4%, 291% 늘었다. 지난달 전체 맥주 수입량 중 일본 맥주(5천553t)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에 달했다. 수입 맥주 4캔 중 1캔은 일본산인 셈이다.
수원시 권선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40대 후반)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보다는 국내 수제맥주가 많이 팔리지 않고 있다. 웬만하면 발주도 최소한만 넣고 있다"며 "거품 나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는 들어오면 바로 다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제품 차별화 실패로 매출 하락
일본 수입맥주가 빈자리 대체
전문가들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침체 원인을 품질과 다양성에서 찾는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2019년 '노 재팬(No Japan)' 기류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혼술', '홈술'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었지만 이후 맛의 품질을 높이고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는 실패해 결국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산업학과 교수는 "결국엔 품질이 중요한데, 무늬만 다르고 맛은 똑같아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예전에 즐기던 일본 맥주로 돌아간 것 같다.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셈"이라며 "국내 수제맥주가 다시 살아나려면 초창기처럼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양조장별 맛의 특징을 명확히 하고, 팬층을 두텁게 확보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