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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부두는 일반명사다. '육지와 면한 강, 바다, 호수 따위의 물가에 위치한 부두'가 연안부두의 사전적 의미다. 따라서 강이나 호수 빼고 해안선만 따라가 보더라도 수없이 많은 연안부두에 발자국을 찍을 터이다. 그런데 누구나 연안부두 하면 인천을 떠올린다. 어쩌다 인천은 연안부두를 독점(?)하게 됐을까. 아마도 1979년 김트리오가 발표한 가요 '연안부두'의 영향이 크지 싶다.

'연안부두'의 노랫말은 작곡가 조운파 선생이 지었다. 그가 밝힌 작사 동기를 보면 '연안부두'는 영락없는 인천 노래다. '부산갈매기' 등 타지역 애창곡들과 달리 가사에 인천의 지명 하나 나오지 않는 데도 말이다. 충청도 출신인 그는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시 그는 종종 연안부두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거기에서 이별하는 사람, 감격적으로 해후하는 사람, 망망대해를 그저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삶의 애환, 로맨스, 절망, 눈물과 기쁨 등 연안부두에서 느꼈던 감성들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가 훗날 연안부두의 노랫말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연안부두는 특히 인천연고 프로야구단의 응원가로 쓰이면서 인천을 대표하는 곡으로 뿌리를 내렸다. 1982년 삼미슈퍼스타즈가 인천에서 출범한 후 인천팬들은 부산 롯데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광주 해태의 '남행열차' 등에 대항해 '연안부두'를 목청껏 부르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금도 문학구장에서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8회 말 직전에 어김없이 연안부두 떼창이 울려퍼진다.

이처럼 인천 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연안부두가 영어 버전의 록 음악으로 재탄생한다. 인천음악창작소가 연안부두를 현대적인 감각의 영어 버전으로 편곡해 이달 초 국내외 온라인 음원 유통 플랫폼을 통해 공개키로 한 것이다. 편곡과 연주는 차세대 펑크록밴드인 '더 사운드(the Sound)'가 맡았다.

"Could you tell me, Could you tell me, the ship that's leaving Yeonanbudu.(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이색적인 영어 가사만큼 빠른 드럼 비트와 리듬감 있는 기타 연주가 돋보인다. 영어 록 버전 '연안부두'가 K-팝 열풍을 타고 글로벌 인천을 알리는 전령이 되길 바란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