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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며칠 전 일이 있어 오후 3시경 길을 나섰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 얼핏 온도계를 보니 차 밖의 온도가 40도로 찍혀 나온다. 차안은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은 지라 덥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차 밖은 한여름의 더위와 직사광선에 달아오른 아스팔트의 지열이 더해져 40도를 넘나들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기후 탓에 가뜩이나 더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 폭염에 온 국민은 물론이고 견공, 묘공들까지도 힘겨운 하루 하루를 견디고 있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열사병이다. 포유류는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로서 이는 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체온을 조절하는 체온 조절 중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데 체온조절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장시간 지나치게 더운 장소에 오랫동안 있으면 체온조절중추의 기능을 상실하여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이 상태를 열사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특성상 반려동물의 경우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아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지만 주의해야 할 순간은 주차때 동물을 차 안에 두고 내리는 경우이다. 땡볕은 말할 것도 없고 그늘에 주차를 해도 뜨거운 한낮의 경우에는 순식간에 차 안의 온도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능한 차 안에 동물을 두고 내리는 일은 피해야 하며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반드시 그늘에 주차하고 창문을 열어놓아 환기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빠른 시간안에 돌아와야 한다. 고온 상태가 지속되면 경련, 호흡 장애, 횡문근융해증, 급성 신장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동물 차 안에 놓고 내릴때 주의
창문 열어두고 빠르게 돌아와야
열사병 급히 찬 물 담가도 안돼


만약 여러 가지 이유로 열사병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동물의 체온을 내려주고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라면 기도 유지와 호흡 보조를 해주어야 한다. 체온을 내려주기 위해서는 증발 현상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선풍기를 쐬어 주거나, 분무기로 피부에 너무 차갑지 않은 25℃ 정도의 물을 뿌려주거나, 큰 혈관이 지나가는 서혜부·목·겨드랑이 부위에 아이스팩을 붙여 주는 것이 좋다. 급한 마음에 너무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거나 하는 경우 말초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 순환에 악영향을 끼쳐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만약 응급조치를 통해 기력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가능한 빠른 시간에 병원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열사병의 후유증을 최소화시키는 것임을 유념하여 치료하도록 한다. 열사병은 후유증으로 전신의 여러 장기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므로 적절한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것이 필수이다.

과한 에어컨 사용, 냉방병 유발
당뇨 등 만성 질환땐 더욱 취약


그런데 더운 여름은 열사병만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다. 해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콧물과 재채기를 주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종 더위를 피하기 위해 틀어놓은 에어컨 탓에 반려동물들도 냉방병으로 고생을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기운이 없거나 심한 경우 구토나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과도한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증상들을 통틀어 편의상 냉방병이라 칭하는데 냉방병은 몸이 여름 온도에 적응된 상태에서 지나치게 차가운 한랭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 신체가 기온 차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발생한다. 실내외 온도 차가 5~8℃ 이상 되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말초혈관의 급속한 수축을 동반한 혈액 순환의 이상 및 자율신경계 기능의 변화 등이 발생하여 냉방병 증상이 나타나는데 만약 당뇨나 고혈압 콩팥병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냉방병에 더욱 취약해지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이 가벼울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 없이 과한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으므로 냉방기구 사용을 자제하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고열이나 심한 기침, 기력저하, 소화기 증상을 보이는 등 그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열사병은 물론 냉방병도 없이 건강한 여름을 나는 슬기로운 보호자 생활이 되기를 기원한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