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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찾아간 하남시청사 옥상. 하남시가 무더위 쉼터로 지정한 장소지만 야외인 건 물론 에어컨 실외기 등이 설치돼 있어 오히려 뜨거운 바람이 흘러 나오고 있다. 2023.7.31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이른바 '사람잡는 폭염'이 이어지며 야외에서 온열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까지 나오는 가운데 경기도 곳곳에 시·군 지자체가 운영하는 '야외 무더위 쉼터'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1일 도내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하남시 신장동에 위치한 하남시 본청사 옥상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가 앞서 지정해 둔 '무더위 쉼터'다.

경기 일부 '야외운영' 실효성 의문
하남시청 옥상 햇볕 그대로 노출
주변엔 에어컨 실외기·흡연부스

하지만 이날 찾아간 청사 옥상은 뜨거운 햇볕을 가려줄 가림막은커녕 한쪽에 설치된 여러 대의 에어컨 실외기 탓에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있었던 데다 반대편에 자리한 흡연 부스에서 담배 연기가 흘러나와 코를 찔렀다.

이처럼 도내 시·군 지자체들은 행정안전부의 관련 지침에 따라 지역 특성에 적합한 장소를 지정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고령자 등 폭염 취약자의 접근성이 높고 더위를 피할 쉼터로서 기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일부는 쉼터로서 제 기능이 어려운 야외 쉼터를 지정하거나 실제 위치한 장소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안내하는 등 쉼터로서 실효성이 낮은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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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찾아간 의왕지역 한 교량하부에 위치한 무더위 쉼터. 의왕시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잘못된 주소로 안내한 탓에 해당 장소엔 아무런 시설도 비치돼 있지 않다. 2023.7.31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이날 국민재난안전포털을 통해 한 쉼터를 찾아가 보니 의왕시가 '왕림교 하부 휴게공간'으로 지정한 한 야외 쉼터의 경우 말 그대로 다리 밑에 위치해 작은 벤치조차 하나 없는 공간이었다.

의왕시 측은 "주소가 잘못 표기"됐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포털은 유일하게 무더위 쉼터 위치가 확인 가능한 온라인 사이트라 자칫 시민들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었다.

의왕 왕림교 밑엔 벤치조차 없고
파주는 나무그늘·정자 등 대부분

파주시는 관내 542개에 달하는 무더위 쉼터 중 142개(28%)가 야외에 위치해 대부분 실내에만 쉼터를 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야외 쉼터 비중이 컸다. 해당 야외 쉼터들은 '교량하부'나 '나무그늘', '정자' 등 공간이 대부분이었다.

기후변화 현상에 여름철 평균 기온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실질적인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원시민 A(65) 씨는 "사실 실내 무더위 쉼터(실내)도 잘 안 찾게 되는데 그늘진 장소일지라도 한여름에 야외 쉼터가 소용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거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시기 또는 코로나19 사태로 실내 공간 사용이 어려웠던 이유 등에 일부 실외 무더위 쉼터가 지정된 사례가 있다"며 "실질적인 폭염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