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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양평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종TG 부근 일대의 모습. 2023.7.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사실상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 입장을 밝혔다. 전제조건은 국정조사를 하지 말고 여야가 노선검증위원회(노선검증위)를 꾸려 노선을 정한 뒤에 하겠다는 건데, 야당은 "물타기 꼼수" "면피성"이라며 원 장관의 제안을 일축했다.

앞서 원희룡 장관은 전날(30일)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노선검증위를 여야가 함께 꾸리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간사를 중심으로 전문가 검증위원회 구성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밝혔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관련 노선 변경은 국정조사가 아닌 상임위에서 다루고, 여야 합의를 통한 노선검증위를 꾸려 최종 노선을 확정 짓자는 의미다.


민주 "물타기 꼼수로 국조 피해"
심상정 "국조요구 면피성 제안"


민주당은 바로 거부했다. 그간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자료 요청 요구에도 성실하지 못했고, 국토부의 해명도 자주 바뀌었던 탓에 의혹과 진상을 규명하려면 국정조사의 필요성은 커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31일 국회 브리핑에서 "거짓 해명, 말 바꾸기, 불투명한 자료 공개, 임의적인 자료 수정·삭제로도 의혹이 가려지지 않으니 물타기 꼼수로 국정조사를 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원 장관의 제안을 "면피성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국민 사과와 백지화 공식 선언 ▲김건희 여사 일가의 강상면 일대 토지 매각을 요구했다.

심 의원은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은 노선검증위는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얄팍한 꼼수"라며 "진정성 있는 문제 해결 자세를 보이고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국힘 "야, 정치공세 총선 전략…
상임위·노선검증 '투트랙' 가자"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원 장관의 '여야 노선 검증위원회' 제안을 적극 뒷받침하며,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수용할 수 없음을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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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9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2023.7.9 /연합뉴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하게 되면 정쟁의 소지가 다분하고 객관적으로 사실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빨리 고속도로가 건설돼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정치적 공세를 취해 선거를 앞두고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상임위를 열어서 질의에 답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가들을 구성해 어느 노선이 가장 합당한지 검증하는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여야가 복잡한 셈을 하고 있지만 당장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단독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 의결로 가능해 민주당 단독으로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국토부가 사업 재개 기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국정조사 강행으로 자칫 민주당에 사업 지연 책임을 묻는 정치적 역풍이 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정조사는 정부·여당 협조 없이 속도를 내기 어려워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정조사를) 단독 처리한다는 (당내) 입장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