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1 /연합뉴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아파트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가 비슷한 구조로 설계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민간 아파트 중에선 지하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도 논란이 된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곳이 다수인 가운데,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단지는 293개다. 188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고, 105개 단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위층 구조인 슬래브를 지탱하도록 만든 구조다.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튼튼히 감아줘야 하지만, 필요한 만큼 철근을 쓰지 않은 곳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LH '철근 누락' 15개 단지 공개한 국토부
같은 구조 쓰인 민간 아파트 '293개' 전수조사
일부는 주거동에도 적용… 파장 적지 않을 듯
윤석열 대통령 "조사 추진… 이권 카르텔 깨부숴야"

이번에 공개된 LH 15개 단지는 모두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사용했다. 그러나 전수 조사 대상에 포함된 민간 아파트 중에선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사용한 곳들이 있다. 지난해 1월 붕괴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역시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곳이었다.

국토부는 이달 중 293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점검 일정과 방법을 결정한 후 본격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에 철근이 누락됐는지, 보강 조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집계하려면 3개월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LH 아파트에 대한 조사도 3개월 가까이 걸렸다.

민간 아파트에선 철근 누락 아파트가 더 많이 발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각 건설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와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모두 홍역을 치러야 했다. 점검 결과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보강 공사를 해야 하는데, 입주가 완료된 단지의 경우 주민 동의를 거쳐야 하는 점도 변수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을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안전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다. 관계 기관은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우리나라 모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해 전수 조사를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