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하는 말 그대로 흘러내리는 얼음이다. 빙하는 호주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 특히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와 알프스 등 극지방과 고산 지역에 걸쳐 골고루 분포한다. 영구 빙하는 지구 육지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0만년 동안 해수면을 무려 100m나 낮춰 놓았다.
빙하는 경관도 뛰어나지만 극한 기후이기에 수많은 탐험가들의 도전 충동을 자극해 왔으며, 문학을 비롯한 예술작품의 주요 소재로 활용돼왔다. 세계 최초의 SF로 첫손에 꼽히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하여 북극 탐험대를 소재로 한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빙하의 어둠과 공포',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빙하기를 맞이한 미래 지구를 그린 영화 '콜로니',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등이 모두 빙하를 소재 또는 배경으로 삼고 있다.
본래 빙하는 강화와 후퇴를 반복하면서 지구의 기온과 해수면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면서 해수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례적인 폭염으로 유럽 알프스의 산봉우리 빙하가 녹아 37년 전에 실종된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되는가 하면, 빙하량이 줄어들어 스키장 운영이 중단되는 곳도 생기고 있으며, 가뭄과 빙하 유입 감소로 독일의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화물선 운항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70~80년 후면 알프스 빙하가 다 녹아버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러다간 빙하를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1주일 뒤면 입추요 열흘 뒤면 말복인데, 장마가 끝나자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살인적 폭염을 겪는 중국·유럽·미국에 비하면 상황이 양호한 편이겠으나 우리도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어제 기준 17명이나 나왔으며,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더위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겹치면서 온도와 습도를 모두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국적·지구적 폭염은 사실상 인재다. 생활의 편리와 행복을 위해 개발한 기술과 문명이 오히려 인류를 불행하게 만들며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빙하의 감소와 폭염이 바로 그 증거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