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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긋지긋한 노인 비하 프레임에 또다시 갇혔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지난달 30일 청년간담회 발언이 문제가 됐다. 중학생 시절 아들이 김 위원장에게 질문했단다.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나요." 김 위원장은 친절하게 질문을 해석했다. "자기 나이로부터 평균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되게 합리적이죠"라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민주주의 역사는 차별 없이 평등한 참정권 쟁취의 연대기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기득권 민주주의가 현대 대중 민주주의로 정착하기까지 수천년이 걸렸고, 제도 완결의 핵심은 참정권 확대였다. 영국이 남성에게 보통투표권을 보장한 때가 1918년이다. 1870년 수정헌법으로 참정권을 보장받은 미국 흑인보다 늦다. 미시시피주가 여성참정권을 인정해 미국의 여성 보통선거권이 확정된 때가 1984년이다.

참정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도 오랜 진통 끝에 투표 연령을 18세로 하향해 청소년 투표권을 확대했고, 지금은 외국인 투표권으로 논쟁이 붙었다. 투표권은 민주공화국 국민의 신분증이다. 차별하면 민주도 아니고 공화도 아니다. 차별을 거론하면 민주와 공화의 적이 된다.

민주공화국의 법학자인 김 위원장은 아들에게 이런 역사를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 청년 유권자 앞에서 아들의 차별 투표 질문을 맥락 없이 인용해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 단정했다.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강조한 맥락을 잘라먹었다 변명하지만, 정작 참정권 역사의 맥락을 잘라먹은 사람은 김 위원장이다 싶다.

민주당 비례대표 양이원영 의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노인을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노인 투표권을 비하했다. 참정권의 원칙상 투표권이 제한되면 피선거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686 운동권 국회의원들은 일괄 퇴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판이다. 1971년생 양이 의원도 얼추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 쪽에 가까워 보이는데, 광명 출마설이 파다하다.

비판 여론은 법학자 김 위원장의 발언을 '여명(餘命) 비례 투표제'라 조롱한다. '○○ 비례 투표제'로 변형된 패러디가 난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제'로 민주당의 노인 콤플렉스가 중증이 됐다. 말이 이렇게 무섭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