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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물어보자. 미래 먹거리이자 신성장 동력이 될 비즈니스라면? 인공지능(AI)을 필두로 자율주행 기술이 받쳐줄 모빌리티, 나노기술, 반도체, 양자컴퓨터, 로봇, 바이오헬스, 스마트팜 등을 떠올릴 게다. 좁혀 묻는다. 큰 성장이 예견되는 세 분야는? 동공이 커지며 뇌가 잠시 멈칫한다. 같은 질문을 필자에게 물어온다면 거침없이 답할 참이다. 'AI와 항공우주, 그리고 수명연장'이라고. 끝으로 하나 더. 최고(最古)의 역사를 지닌 비즈니스는? 힌트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욕망이자 불멸의 과제다. 감이 안 잡힌다고? 실은 '영생(永生)'이나 '불로불사(不老不死)'와 관련된 것들이다.

성공과 돈, 권력에 목말라 하는 매 순간에도 우린 삶의 끝자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 활활 타오르던 사랑도 식고, 혈기 넘치던 청년도 노쇠해간다. 더해 나이란 불치병을 지닌 시한부 삶이다. 모든 게 시간과 더불어 퇴색되며 종국엔 먼지가 돼 흩어진다. 그런 자신의 운명을 아는 지구상 유일의 생명체가 우리다. 하여 이 땅에서 가급적 오랫동안 우아하고 품격 있게 머물길 소망한다.  


인류역사 가장 오래된 열망 '영생'
의료·제약기술 수명 3배늘려 진전
100세 시대, 관련 연구 다각도 진행


인류가 시작된 이래 영생불사를 원했던 건 비단 이집트의 파라오나 진시황과 같은 절대 권력자만이 아니었다. 불세출의 영웅도 저잣거리 갑남을녀의 바람도 한결같았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영생을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시급한 소망'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80억명의 99.9%는 나를 포함해 태어난 지 100년이 채 못 된다. 장수에 대한 열망은 나이를 칭하는데도 뚝뚝 묻어난다. 대표적인 게 '반수(半壽)'인데, 半을 파자(破字)하면 八十一이다. 절반의 나이가 81세이므로 인간의 온전한 수명, 즉 만수(滿壽)는 162세인 셈이다. 세계 최장수 기록인 '잔 루이즈 칼망'의 122세에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만 해도 아기 넷이 태어나면 그 중 하나는 돌도 넘기 전 죽었고, 나머지 셋도 30세를 못 넘겼다. 이젠 100세 시대가 눈앞이고 머잖아 만수를 누릴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항생제와 백신, 의료·제약기술 발전, 의료서비스 향상, 생체이식, 식사·영양 개선, 공중위생 개선, 생활수준 향상, 노동조건 개선, 교육수준 상승 등은 300년 만에 인류수명을 3배나 늘렸다. 덕분에 동물수명은 성장기의 최대 6배(120세)라는 한계수명론도 힘을 잃고 있다. 일부에선 한계수명까지 부정하며 죽음을 신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죽음의 죽음'(Death of Death)의 저자(호세 코르데이로·데이비드 우드)는 죽음이 생물학적 필연이란 사실에 의문을 던지며 2045년 무렵엔 죽음이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나노봇 기술로 인류가 특이점(singularity)을 맞게 되면 얼마든 수명연장이 가능하단다.

WHO '노화' 예방 대상인 질병 분류
사업 잠재력 커… AI발전 결실 기대


생명체는 시간과 함께 기능이 쇠퇴한다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의 명제가, 불로장생을 거쳐 영생불사로 이어지는 건 허무한 꿈일까! 지금으로선 죽음을 극복하고 불사에 이르는 건 분명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다. 의료·제약기술은 수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많은 진전을 이뤄냈으나, 죽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여전히 희망사항이다. 이에 똑똑한 인류는 방향을 틀어 항노화와 수명연장(extension of life span)에 집요한 노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노화에 질병코드(MG2A)를 부여했다. 그간 노화는 살아가면서 겪는 신체현상이라고 봤으나, 이젠 질병처럼 예방과 치료의 대상이 됐으니 패러다임의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수명연장이란 인류사 이래 가장 강력하고 일관된 욕망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다 회피본능까지 맞물리면서 문명의 원동력이 됐고 지금은 빅 비즈니스로 변신해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관련 연구도 현재 다각도로 진행 중이며, 향후 의학과 기술(AI)의 발전을 통해 더 많은 결실을 일궈낼 게다. 기업(정부) 간에 폭넓은 협력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선점, 그리고 치밀한 전략수립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