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 중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참여자들은 3주 동안 매주 주말을 할애해 소각장 문제를 고민했다.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논의의 판을 깐 지자체의 용기와 3개월 동안 열심히 계획을 짠 관계기관과 운영위원회의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쓰레기를 취급하는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은 아무래도 불쾌하다. 부동산 가치는 물론이고 악취 등 주거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 소각장 입지 예정지 주변 주민의 반대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민혐오시설 문제는 많은 지자체가 겪는 갈등이면서, 나중에 큰 상처나 주민 간 반목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소각장 공론장에서 의정부시민은 본능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36년도 넘은 현 시설의 상태와 폐기물 발생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소각장 이전 신설이 필요하고, 각종 여건을 따질 때 자일동이 그나마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 시민들은 더 나아가 생활 폐기물을 줄일 방법과 앞으로의 자원회수 정책 방향까지도 모색했다.
수년간 논란과 갈등이 있었던 주민혐오시설 문제가 이처럼 주민 스스로 힘으로 해결점을 찾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뜨겁게 논쟁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시민 참여단은 끝난 후 서로를 보듬었다. 좌장을 맡았던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대표에게 이번 공론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의정부에 공동체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뒷마당이든 앞마당이든 '우리 집'을 뛰어넘어 '우리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일부 개인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도시가 가진 무형의 잠재력은 그런 것이 아닐까.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